세종대 교수, '미투' 폭로 터졌다.."성폭행 이후 노예처럼 부려"

세종대 교수, '미투' 폭로 터졌다.."성폭행 이후 노예처럼 부려"

세종대 교수 '미투' 폭로 (사진=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공식 페이스북)


세종대학교 K 교수에 대한 '미투' 폭로가 터졌다.

27일 성폭력반대연극인행동 공식 페이스북에는 러시아 유학파 출신 배우 K 교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글이 게재됐다.

글쓴이는 "90년대 말 세종대 영화예술학과에 진학해 연기 공부를 시작했다. 2학년이 되었을 때, 러시아 유학파 출신 배우 K 교수가 중급 연기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다"며 "연기 훈련에 목말라 하던 동료들과 저는 온 힘을 다해 연기를 배우면서 배우에 대한 꿈을 키워갔다. 더욱이 학과 교수님이 촬영한 독립영화에 K 교수와 캐스팅이 되어 작품에 함께 참여했고, K 교수를 스승으로서 배우로서 깊게 존경하게 신뢰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던 어느 날 서울 근교의 식당에서 함께 식사를 마친 뒤, K 교수는 피곤하여 운전을 할 수 없다며 모텔에서 잠시 쉬었다 가자고 했다"며 "당시 저는 모텔에서 쉬었다 간다는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다. 교수님이 피곤해서 운전을 못 하겠다고 하니, 저는 교수님이 잠시 눈을 붙이는 동안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날 모텔에서 K 교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면서 "너무도 무서웠다. 무슨 일이 생긴 것인지 믿어지지 않았다. NO라고 말할 용기도 없었다"며 "너무나 믿고 존경했던 교수님이었기에 매우 혼란스럽고 두려웠다. 저는 그것이 꿈인 줄 알았다. 그 이후에도 K 교수가 정말이지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저에게 행동했다. 그러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몰랐다"고 말했다.

글쓴이는 "성폭행이 있었던 그 날 이후로, K 교수는 제게 지속적인 관계를 요구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는 게 너무 무서웠다. 그때는 K 교수가 세종대가 아닌 다른 대학에 교수로 임용된 상태였지만 여전히 세종대학교 학생들과 학과에 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었다"며 "이 문제가 알려지면 더이상 학교에 다닐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또 그의 요구를 거부하면 배우로 다시는 무대에 설 수 없을 것만 같았다"고 덧붙였다.

이어 "K 교수는 시간이 갈수록 집요하고도 노골적으로 관계를 요구해 왔고, 저는 무서워 거절하지 못했다. 핑계를 대면서 약속 장소에 나가지 않는 날이면, K 교수가 저희 집 앞으로 찾아왔다"고 했다.

또 "K 교수는 성폭행 이후 저를 노예처럼 부렸다. 당시 그의 아내와 저를 자주 만나게 하였다. 그 상황을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심지어 다시 러시아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하며 저를 식모로 데려가겠다고 했다"며 "K 교수의 논문을 타이핑하고 영문으로 번역하는 등 그가 시키는 대로 일을 했다"고 말했다.

글쓴이는 "지금 생각해보면 참으로 어리석었다. 그러나 저는 시키는 대로 따랐다. 그 당시에는 그 관계가 밝혀지면 제 인생이 끝나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했다.

이후 글쓴이는 "극심한 우울증과 불안장애로 지속적인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지냈다"며 "몸과 마음의 건강을 회복하지 못하고 3년 동안 자살시도를 여러 차례 반복하였다"며 "그 사이 저희 집에서는 모든 사실을 알게 되었고, 상처라고 표현하기에는 훨씬 더 큰 충격으로 부모님이 고통받았다"고 말했다.

글쓴이는 "3년간의 오랜 휴학 이후 학교에 다시 복학하게 되었다. 그러나 복학 직후 저는 너무도 충격적인 사실 알게 되었다"며 "저와 제 가족이 고통받았던 시간 동안, K교수는 경기도에 있는 다른 대학에서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로 옮겨오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는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의 전임교수가 되어, 소위 하는 '세종대왕'이라 불리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고 있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글쓴이는 "저는 너무도 궁금하다. 가해자는 저렇게 멀쩡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왜 수많은 피해자들은 학교를 떠나야 하고 연극계를 떠나야 하는지. 저는 K 교수의 사과를 바라지 않는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그저 진실을 알리고 싶었다. 뻔뻔한 K 교수로부터 제 모교의 후배들과 대학로의 배우들을 지켜줄 수 있기를 바랄 뿐"이라고 장문의 글을 마쳤다.

박미라 한경닷컴 연예·이슈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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