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역삼동에 사는 싱글족 이윤상 씨(39)는 최근 공기청정기와 건조기, 의류관리기를 렌털했다. 미세먼지가 날이 갈수록 심해져 공기청정기 제품을 알아보다가 건조기와 의류관리기도 함께 렌털하기로 한 것이다. 미세먼지가 심한 날엔 빨래를 널어 말리기도 여의치 않기 때문이다. 공기청정기 건조기 의류관리기를 한 번에 사면 총 300만원가량이 든다. 렌털하면 한 달에 10만2700원(청정기 2만9900원, 건조기 2만2900원, 의류관리기 4만9900원)이면 된다. 이씨는 “한꺼번에 구매하려면 목돈이 들어 주저했을 텐데 렌털하니 부담이 줄고 주기적으로 관리도 받을 수 있어 좋다”고 했다.

이씨와 같은 소비자를 잡으려는 국내 렌털업체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웅진그룹은 2일 생활가전 렌털사업을 재개한다. SK매직 LG전자 현대렌탈케어 등 대기업 계열 렌털업체들도 전열을 가다듬고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이들은 렌털시장이 커질 것이란 전망에 최근 몇 년 새 이 시장에 뛰어들었다. 올해 국내 렌털시장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대기업 가세로 판 커지는 렌털시장
◆SK LG 웅진 ‘3각 파도’

1998년 외환위기 때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창고에 쌓여 있는 정수기를 보고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고민 끝에 ‘차라리 빌려주자’고 생각했다. 과장급 직장인이 맑은 물을 마시는 데 2만7000원쯤은 쓸 것이란 생각에 2만7000원짜리 렌털서비스를 하자고 제안했다. 직원들은 “원가를 맞출 수 없다. 설계부터 다시 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가격에 맞춰 제품원가 운영비 등을 줄인 결과 새로운 서비스가 나왔다. 국내 가전제품 렌털서비스의 시작이다. 2000년대 들어 렌털시장은 매년 꾸준히 성장했다. 1인 가구 증가, 소비 패턴 변화 등으로 렌털시장이 급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대기업들이 속속 뛰어들기 시작했다.

최근 국내 렌털시장은 SK LG 웅진 ‘3각 파도’에 휩싸였다. 2016년 말 동양매직을 인수하며 렌털사업에 뛰어든 SK매직은 최근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섰다. 올해 마케팅비용 예산을 전년 대비 두 배 이상 늘렸다. 지난 9일 새로운 온·오프라인 광고를 시작했다. SK텔레콤 멤버십 고객에게는 렌털료를 할인해주는 마케팅도 펼치고 있다. ‘전통적인 마케팅 강자’ SK가 마케팅에 나섰다는 점에서 렌털업계는 긴장하는 분위기다. SK매직 점유율은 2015년 8.4%에서 지난해 10.8%로 높아졌다.

‘가전제품 강자’ LG전자는 제품력을 내세워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2015년 2.6%이던 점유율이 작년 말 6.6%로 껑충 뛰었다. 2009년 정수기를 시작으로 렌털사업에 진출한 LG전자는 작년 렌털 제품을 대폭 확대했다. 정수기 공기청정기 등 6종을 판매 중이다. 제품관리 서비스 인력은 약 1500명으로 자회사 하이엠솔루텍이 운용한다.

◆건조기 관리기 등 품목 늘어

‘렌털의 원조’ 웅진렌탈은 2일부터 정수기 공기청정기 비데 매트리스 등 총 8종의 렌털 제품 판매를 시작한다. 웅진렌탈은 정수기 시장에서 여전히 높은 브랜드 인지도를 활용해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현대렌탈케어와 롯데렌탈은 아직 성과가 미미하지만 자금력과 조직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란 분석이다. 현대렌탈케어는 올해 총 150억원을 투자해 서비스 인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작년 500여 명이던 서비스 인력을 내년에 800여 명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코웨이 교원 등 기존 렌털업체들은 수성에 나섰다. 렌털시장 점유율 50%로 독보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코웨이는 7년 만에 의류청정기 신제품을 선보인다. 교원은 삼성전자 생활가전사업부 출신 임원을 영입하고 계정 수를 80만 개로 늘린다는 공격적인 목표를 세웠다.

최근 미세먼지가 심각해져 공기청정기 건조기 전기레인지 등의 수요가 늘고 의류관리기 안마의자 등 새로운 카테고리 제품군 시장이 커지고 있는 것도 렌털업체들이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는 배경이다. 공기청정기 시장은 작년 140만 대에서 올해 200만 대까지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건조기와 전기레인지 판매량도 작년 60만 대에서 올해 100만 대로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국내 렌털시장이 작년 28조7000억원에서 2020년 40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