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기술기업 투자자로 떠오른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사진)의 파격적이면서 과감한 투자 비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은 손 회장이 잇따라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옥석을 가리기 힘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중에서 ‘유니콘(기업가치 10억달러 이상 벤처기업)’을 골라낼 수 있었던 배경으로 ‘시대를 바꾸는 기술 변화를 주도하는 기업과 손잡는다’는 그의 투자원칙을 꼽았다. 한마디로 기술 변화의 길목을 선점한다는 것이다.

손 회장은 틈날 때마다 “나의 목표는 소프트뱅크그룹을 300년간 지탱할 수 있는, 기술 변화를 주도할 기업에 크게 지분 투자해 그들과 연대해가는 것”이라고 말해왔다.

이 같은 발언을 뒷받침하듯 소프트뱅크는 공격적인 투자행보를 이어왔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미국의 대형 통신회사 스프린트를 220억달러(약 28조5774억원)에 인수한 것을 비롯해 1995년 이후 총 1450억달러(약 155조3965억원) 규모 투자를 단행했다.

최근의 투자목록에는 반도체 설계회사 ARM과 차량공유서비스 업체 우버, 사무실공유 업체 위워크 등이 올랐다. 지난해에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 등과 함께 920억달러(약 98조8240억원) 규모 기술투자펀드인 ‘비전펀드’를 출범시켰다. 지난 한 해 소프트뱅크가 투자한 기업은 40개, 투자금액은 370억달러(약 39조6714억원)에 달한 것으로 추산됐다.

손 회장은 투자할 기업에 대한 확고한 전망이 서면 전광석화처럼 빠르게 투자결정을 내린다. 실내 식물공장처럼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라고 하더라도 향후 사람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라고 판단될 땐 30분 안에 2억달러(약 2144억원)를 투자할 정도다. 때로는 이사회 승인에 앞서 대규모 투자하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흔히 과열된 시장이라고 여겨지는 분야에도 거액을 투입해 시장판도 자체를 바꾸는 등 거침없이 투자한다.

기술투자 전문 펀드인 프린스빌글로벌의 매트 크르나 파트너는 “손 회장이 자신의 신념에 기반해 과감한 베팅을 하면서 성공을 거둬왔다”고 평가했다.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