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22일 개헌 국민투표의 적정 시기를 10월로 제시하면서 6월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 동시 실시가 물 건너갈 공산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바른미래당까지 지방선거와 개헌 동시 실시를 주장하고 있지만 한국당이 끝까지 반대하면 개헌 정족수(재적의원 3분의 2)를 채우기 힘들기 때문이다.

다만 작년 5월 대통령 선거 당시 홍준표 한국당 후보도 찬성한 동시 실시 약속을 깨고 개헌의 발목을 잡는 데 대한 비난 여론이 한국당 결정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국당 “국민개헌 완성하겠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도 개헌 시기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정부·여당의 동시 실시 주장에 맞불을 놨다. 전날 김 원내대표는 여야 원내대표 만찬 회동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10월에 하자고 ‘깜짝’ 제안했지만 민주당 반대에 부딪혔다.

김 원내대표는 “전날 원내대표들과 만나 협상했지만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기존 입장에서) 꼼짝도 안 했다”며 “개헌이 중요한 것이지, 지방선거일에 같이하는 것이 중요한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한국당은 개헌 중심 정당으로서 반드시 국민개헌을 완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한국당이 구체적인 개헌 국민투표 일정을 제시한 것은 개헌 의지가 없다는 여권의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전략”이라고 해석했다.

이날 제2 야당인 바른미래당은 지방선거와 개헌 국민투표를 동시 실시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면서 한국당을 압박했다. 김삼화 바른미래당 원내대변인은 개헌 관련 의원총회 직후 브리핑을 통해 “개헌 시기는 6월 지방선거와 함께한다는 원칙에 대해 소속 의원들이 의견을 같이했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은 권력구조 개편과 권력기관 개혁, 기본권 및 지방분권 대폭 강화 등의 내용을 개헌안에 포함하고 선거구제 개편도 동시에 논의할 것을 요구했다. 김 원내대변인은 “3월 말까지는 국회 차원의 개헌안이 나와야 한다고 보는 만큼 이른 시일 내에 (우리 당) 의견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여당, 동시 실시 여론몰이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은 개헌 동시 실시를 위한 여론몰이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이날 정책기획위원회 위원들과의 오찬에서 “시간이 짧지만 가급적 국민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국민 개헌안을 마련해 달라”고 말했다. 정책기획위원회는 6월 국민투표를 전제로 다음달 13일 자문안을 대통령에게 보고할 계획이다.

문 대통령은 “누구나 이상적인 개헌을 꿈꿀 수 있으나, 한술에 배부를 수는 없을 것”이라며 “무엇보다 국민 대다수가 공감하고 합의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야당이 정부 개헌안 마련에 반대하는 것을 감안해 국민이 공감하는 개헌안을 내놓아 여론으로 한국당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우 원내대표도 이날 정책조정회의에서 “한국당이 국민 개헌에 빗장을 잠그고 있어 30년 만에 찾아온 개헌 시간을 소비하고 있다”며 “적어도 다음주까지 여야 합의안이 도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당이 민주당의 권력 구조 개편안을 핑계 삼아 정쟁을 연일 이어가고 있다”며 “지방선거와 동시 개헌 투표를 하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다”고 비판했다. 우 원내대표는 한국당이 신속히 개헌안을 마련해 토론과 합의의 장으로 나올 것을 촉구했다.

서정환/박종필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