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 경영개선 의지·노조 개혁 없이 섣부른 지원해봐야 밑빠진 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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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 사태' 어디로…긴급 좌담회
'한국GM 사태와 위기의 한국 자동차산업' 전문가 좌담
사회=안현실 한경 논설·전문위원
'한국GM 사태와 위기의 한국 자동차산업' 전문가 좌담
사회=안현실 한경 논설·전문위원
미국 제너럴모터스(GM)의 전격적인 한국GM 군산공장 폐쇄 결정을 두고 전문가들은 “한국 자동차산업의 고질적인 ‘고비용·저효율 구조’가 잉태한 문제”라며 “언젠가 터질 일이 지금 터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국경제신문이 19일 ‘한국GM 사태와 위기의 한국 자동차산업’을 주제로 연 전문가 긴급 좌담회에서다. 이런 구조를 그대로 놔둔 채 정부가 한국GM에 대해 섣부른 지원에 나설 경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이어졌다. 정부 지원은 그동안 계속해서 높아진 근로자 인건비(임금상승분)를 국민 혈세로 보전해주는 것과 다르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GM이 앞서 철수를 결정한 호주 등 사례를 들어 “연례행사처럼 되풀이되는 파업과 임금인상 등 갈등적 노사관계에 대한 해결책이 빠진 지원은 철수 시점을 몇 년 유예하는 임시방편에 불과할 것”이란 지적도 나왔다.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노동계에서 GM을 향해 제기하고 있는 ‘먹튀 자본’ 프레임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협상의 키를 쥐고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할 ‘칼잡이’를 내세우는 등 부처별로 흩어진 창구를 단일화하는 일도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단순히 고용 등 일자리 위주의 관점을 넘어서 협력업체 등 자동차산업 전반의 생태계 차원에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날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전문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회에는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김수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가 참석했다.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전문위원(사회)=한국GM이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했고 정부 지원이 없으면 전면 철수할 수 있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배경은 무엇인가.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GM 본사에서 2014년께부터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공장 중 한국을 최고 임금 국가, 최고 비용 국가로 분류했다. 그런데도 임금이 매년 6~7%씩 올라 과거 5년간 40~50% 상승했다. 여기에다 3년 전 통상임금 판결이 결정타가 됐다. 특히 군산공장은 3년 전부터 가동률은 20%까지 떨어졌는데, 일을 안 해도 매년 임금의 80%를 지급했다. 이런 구조하에선 어느 기업도 생존이 불가능하다. 글로벌 기업인 GM에 한국은 위탁생산 기지 중 하나다. 글로벌 생산 경쟁력 관점에서 보면 해답이 명확하다. 작년 말 산업은행과의 관계가 정리되자마자 준비한 걸 결행한 것일 뿐이다. 예견된 사태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GM이 정치적 파급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에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했다. 설 민심도 있고 6월 지방선거도 있다. 한·미 군사훈련 연기 등으로 한·미 관계가 어렵게 굴러가는데 이 균열을 전략포인트로 택했다. GM 본사 수뇌부는 한국 실정을 훤히 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통상 분야에서 실적을 내야 한다. 기업 리쇼어링(국내 복귀) 정책을 발표했지만 굵직한 성과가 없다. GM보다 큰 호재가 없다. GM으로서도 트럼프의 경제통상정책을 따르면서 미 정부로부터 여러 세제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안 위원=일각에선 GM 본사가 원재료를 비싼 가격에 한국에 넘기고 완성차는 싸게 사갔다는 주장이 있다. 연구개발(R&D) 비용 명목으로 많은 돈을 본사로 가져간 것도 한국GM이 부실해진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그것은 어떤 글로벌 기업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GM이 중국 상하이GM에서는 그렇게 안 할 것 같나. 환경을 욕하면서 스스로 경쟁력을 가지려는 노력을 방기하면 결국 도태한다. ‘먹튀’ 등 감성적 얘기는 GM과 헤어지기 위한 수순밖에 안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한국GM 노조는 협상 전략에서 사용할 프레임을 ‘먹튀 자본’으로 한 것 같다. 먹튀 자본이란 말은 부도덕한 자본이란 인상을 준다. 하지만 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은 지극히 자본 논리에 따른 것이다. 수익이 안 나면 떠나는 게 자본의 생리다. GM은 전 세계 경영을 하고 있고 미국 내 공장도 수익이 없으면 가차없이 문을 닫는 회사다. 노조는 GM 불매운동까지 한다고 하는데 사측 압박용이긴 하지만 부메랑 맞기 딱 좋다. 창원 부평 등 GM에서 해볼 만하다고 한 사업장까지 경영 의지를 상실하게 만들 수 있다. 먹튀나 반기업, 반자본으로 프레임 작업을 하고 이게 국민 여론으로 가면 자동차산업뿐 아니라 우리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
▷안 위원=정부는 GM과의 협상에서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나. ▷김수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GM의 경영계획을 우리가 받아들일 만한가, 향후 경영정상화 의지가 있나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정부로선 결국 경영지원을 할 수밖에 없는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그렇더라도 확실한 경영정상화 모니터링 시스템이나 담보는 갖고 협상해야 한다. GM의 경영지원 계획이나 우리 정부에 대한 요구가 받아들일 만한 수준이 아니라면 철수를 대비한 백업 플랜도 세워야 한다.
▷김태기 교수=정부는 노조가 바뀌어야 지원해준다는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 GM에는 요구조건을 내걸면서 노조 문제는 나몰라라 해선 안된다. 6월 지방선거에서 관련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들이 GM 사태와 관련한 여러 공약을 내세울 것인데 정부가 자제시켜야 한다. 협상창구 단일화도 필요하다. 지금은 GM이 청와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산업은행 관계자들을 만나면 입장이 다 다르다고 한다.
▷김기찬 교수=협상은 복어요리와 같다. 먹을 부분과 버릴 부분을 명확히 가려야 한다. 전문가가 아닌, 협상에 서툰 관료가 전면에 나서면 실패할 우려가 높다는 얘기다. 또 미국은 구조조정할 때 아웃플레이스먼트(재취업 주선) 문제가 반드시 등장한다. GM은 미국 회사다. 재취업 주선 등을 글로벌 수준으로 GM에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안 위원=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의 고비용·저효율 노동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다.
▷김 회장=GM은 전 세계 공장이 본사로부터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 경쟁하는 구조다. 노조가 회사와 협력적이어야 자기들에게 좋다는 걸 안다. 미국 디트로이트의 GM 노조가 강성이 아닌 이유가 자기들이 세게 나가면 물량이 미국 남부 지방으로 다 옮겨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임금 협상도 4년마다 하고 정리해고도 가능하게 했다. 한국도 노사관계를 미국 일본처럼 합리적으로 해줘야 최소한의 경쟁력을 확보한다. 정부가 경영지원을 하더라도 노사관계가 변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정 교수=GM이 호주에서 철수할 때 호주 정부는 노사문제를 바꾸려는 생각이 없었다. GM이 그 부분에서 가능성이 보이지 않자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노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정부나 산은이 지원해서 한국GM이 몇 년 더 국내 생산을 하더라도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는 게 노사문제가 바뀌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 결국은 노조가 변해야 한다.
▷김수욱 교수=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가 현대·기아차 등 다른 완성차 업체 노조에 충격파를 던질 수 있다고 본다. 자동차산업은 인건비를 포함한 고정비 비중이 굉장히 높다. 경쟁력을 높이려면 R&D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데 고정비가 높으면 투자 여력이 준다. 이번 사태가 전체 자동차산업에서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돼야 한다. 노조는 노사관계가 협력적으로 나아가야 도태되지 않는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안 위원=한국GM 사태가 한·미 관계에 미칠 영향은.
▷정 교수=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커넥션 문제가 계속 흘러나올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덮기 위해 통상에서 중국과 한국을 동시에 때리는 양상이다. 한국GM도 이 전략에 패키지로 들어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도 한국GM 철수 문제가 나올 것이다.
▷김 회장=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산업을 아낀다. 한·미 FTA 협상에서 자동차 분야가 미국의 최우선 관심사다. 한국GM이 있다는 건 거꾸로 우리로서도 레버리지로 활용할 여지가 있다.
▷안 위원=이번 사태가 미래의 한국 자동차산업에 던지는 시사점도 적지 않다.
▷김기찬 교수=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조립 생산만 갖고는 자동차산업이 살아남기 힘들다. 지금까지는 조립공장이 돈을 벌었지만 앞으로는 부품협력업체가 돈을 버는 시대다. GM에서 매년 베스트 서플라이어(공급업체)를 뽑는데 36% 정도가 한국 업체다. 미국 다음으로 많다. 한국의 협력업체 덕분에 GM이 이만큼 왔고 글로벌 자산으로도 쓸모 있다. 한국GM이 떠나더라도 협력업체는 글로벌 소싱을 주도할 수 있게 정부가 도와야 한다.
이태훈/오형주 기자 beje@hankyung.com
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노동계에서 GM을 향해 제기하고 있는 ‘먹튀 자본’ 프레임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협상의 키를 쥐고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할 ‘칼잡이’를 내세우는 등 부처별로 흩어진 창구를 단일화하는 일도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단순히 고용 등 일자리 위주의 관점을 넘어서 협력업체 등 자동차산업 전반의 생태계 차원에서 문제에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날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전문위원의 사회로 진행된 좌담회에는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김수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가 참석했다.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전문위원(사회)=한국GM이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했고 정부 지원이 없으면 전면 철수할 수 있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이런 사태가 벌어진 배경은 무엇인가. ▷김용근 한국자동차산업협회 회장=GM 본사에서 2014년께부터 미국을 제외한 글로벌 공장 중 한국을 최고 임금 국가, 최고 비용 국가로 분류했다. 그런데도 임금이 매년 6~7%씩 올라 과거 5년간 40~50% 상승했다. 여기에다 3년 전 통상임금 판결이 결정타가 됐다. 특히 군산공장은 3년 전부터 가동률은 20%까지 떨어졌는데, 일을 안 해도 매년 임금의 80%를 지급했다. 이런 구조하에선 어느 기업도 생존이 불가능하다. 글로벌 기업인 GM에 한국은 위탁생산 기지 중 하나다. 글로벌 생산 경쟁력 관점에서 보면 해답이 명확하다. 작년 말 산업은행과의 관계가 정리되자마자 준비한 걸 결행한 것일 뿐이다. 예견된 사태다.
▷정인교 인하대 국제통상학부 교수=GM이 정치적 파급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점에 군산공장 폐쇄를 발표했다. 설 민심도 있고 6월 지방선거도 있다. 한·미 군사훈련 연기 등으로 한·미 관계가 어렵게 굴러가는데 이 균열을 전략포인트로 택했다. GM 본사 수뇌부는 한국 실정을 훤히 꿰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통상 분야에서 실적을 내야 한다. 기업 리쇼어링(국내 복귀) 정책을 발표했지만 굵직한 성과가 없다. GM보다 큰 호재가 없다. GM으로서도 트럼프의 경제통상정책을 따르면서 미 정부로부터 여러 세제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안 위원=일각에선 GM 본사가 원재료를 비싼 가격에 한국에 넘기고 완성차는 싸게 사갔다는 주장이 있다. 연구개발(R&D) 비용 명목으로 많은 돈을 본사로 가져간 것도 한국GM이 부실해진 원인이라고 지목한다.
▷김기찬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그것은 어떤 글로벌 기업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GM이 중국 상하이GM에서는 그렇게 안 할 것 같나. 환경을 욕하면서 스스로 경쟁력을 가지려는 노력을 방기하면 결국 도태한다. ‘먹튀’ 등 감성적 얘기는 GM과 헤어지기 위한 수순밖에 안된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한국GM 노조는 협상 전략에서 사용할 프레임을 ‘먹튀 자본’으로 한 것 같다. 먹튀 자본이란 말은 부도덕한 자본이란 인상을 준다. 하지만 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은 지극히 자본 논리에 따른 것이다. 수익이 안 나면 떠나는 게 자본의 생리다. GM은 전 세계 경영을 하고 있고 미국 내 공장도 수익이 없으면 가차없이 문을 닫는 회사다. 노조는 GM 불매운동까지 한다고 하는데 사측 압박용이긴 하지만 부메랑 맞기 딱 좋다. 창원 부평 등 GM에서 해볼 만하다고 한 사업장까지 경영 의지를 상실하게 만들 수 있다. 먹튀나 반기업, 반자본으로 프레임 작업을 하고 이게 국민 여론으로 가면 자동차산업뿐 아니라 우리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미친다.
▷안 위원=정부는 GM과의 협상에서 어떤 전략을 취해야 하나. ▷김수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GM의 경영계획을 우리가 받아들일 만한가, 향후 경영정상화 의지가 있나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정부로선 결국 경영지원을 할 수밖에 없는 수순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그렇더라도 확실한 경영정상화 모니터링 시스템이나 담보는 갖고 협상해야 한다. GM의 경영지원 계획이나 우리 정부에 대한 요구가 받아들일 만한 수준이 아니라면 철수를 대비한 백업 플랜도 세워야 한다.
▷김태기 교수=정부는 노조가 바뀌어야 지원해준다는 원칙을 명확히 해야 한다. GM에는 요구조건을 내걸면서 노조 문제는 나몰라라 해선 안된다. 6월 지방선거에서 관련 지방자치단체장 후보들이 GM 사태와 관련한 여러 공약을 내세울 것인데 정부가 자제시켜야 한다. 협상창구 단일화도 필요하다. 지금은 GM이 청와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금융위원회, 산업은행 관계자들을 만나면 입장이 다 다르다고 한다.
▷김기찬 교수=협상은 복어요리와 같다. 먹을 부분과 버릴 부분을 명확히 가려야 한다. 전문가가 아닌, 협상에 서툰 관료가 전면에 나서면 실패할 우려가 높다는 얘기다. 또 미국은 구조조정할 때 아웃플레이스먼트(재취업 주선) 문제가 반드시 등장한다. GM은 미국 회사다. 재취업 주선 등을 글로벌 수준으로 GM에 강하게 요구해야 한다.
▷안 위원=이번 사태를 계기로 한국의 고비용·저효율 노동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강하다.
▷김 회장=GM은 전 세계 공장이 본사로부터 물량을 배정받기 위해 경쟁하는 구조다. 노조가 회사와 협력적이어야 자기들에게 좋다는 걸 안다. 미국 디트로이트의 GM 노조가 강성이 아닌 이유가 자기들이 세게 나가면 물량이 미국 남부 지방으로 다 옮겨간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임금 협상도 4년마다 하고 정리해고도 가능하게 했다. 한국도 노사관계를 미국 일본처럼 합리적으로 해줘야 최소한의 경쟁력을 확보한다. 정부가 경영지원을 하더라도 노사관계가 변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다.
▷정 교수=GM이 호주에서 철수할 때 호주 정부는 노사문제를 바꾸려는 생각이 없었다. GM이 그 부분에서 가능성이 보이지 않자 철수를 결정한 것이다. 노조가 바뀌지 않는다면 정부나 산은이 지원해서 한국GM이 몇 년 더 국내 생산을 하더라도 결국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는 게 노사문제가 바뀌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면 충분히 투자할 가치가 있다. 결국은 노조가 변해야 한다.
▷김수욱 교수=한국GM의 군산공장 폐쇄가 현대·기아차 등 다른 완성차 업체 노조에 충격파를 던질 수 있다고 본다. 자동차산업은 인건비를 포함한 고정비 비중이 굉장히 높다. 경쟁력을 높이려면 R&D 투자를 많이 해야 하는데 고정비가 높으면 투자 여력이 준다. 이번 사태가 전체 자동차산업에서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가 돼야 한다. 노조는 노사관계가 협력적으로 나아가야 도태되지 않는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안 위원=한국GM 사태가 한·미 관계에 미칠 영향은.
▷정 교수=11월 미국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러시아 커넥션 문제가 계속 흘러나올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덮기 위해 통상에서 중국과 한국을 동시에 때리는 양상이다. 한국GM도 이 전략에 패키지로 들어갔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에서도 한국GM 철수 문제가 나올 것이다.
▷김 회장=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산업을 아낀다. 한·미 FTA 협상에서 자동차 분야가 미국의 최우선 관심사다. 한국GM이 있다는 건 거꾸로 우리로서도 레버리지로 활용할 여지가 있다.
▷안 위원=이번 사태가 미래의 한국 자동차산업에 던지는 시사점도 적지 않다.
▷김기찬 교수=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에 조립 생산만 갖고는 자동차산업이 살아남기 힘들다. 지금까지는 조립공장이 돈을 벌었지만 앞으로는 부품협력업체가 돈을 버는 시대다. GM에서 매년 베스트 서플라이어(공급업체)를 뽑는데 36% 정도가 한국 업체다. 미국 다음으로 많다. 한국의 협력업체 덕분에 GM이 이만큼 왔고 글로벌 자산으로도 쓸모 있다. 한국GM이 떠나더라도 협력업체는 글로벌 소싱을 주도할 수 있게 정부가 도와야 한다.
이태훈/오형주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