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탈취 누명' 벗은 SK싸이메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의 기술을 탈취했다며 민형사상 소송에 휘말렸던 SK커뮤니케이션즈의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 싸이메라가 누명을 벗었다. ‘갑질 논란’이 불거진 지 거의 2년 만이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63부(부장판사 이규홍)는 스타트업 대표 장모씨가 SK컴즈를 상대로 “기술 탈취 손해액 5억7000만원을 배상하라”며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원고가 항소를 포기해 소송 결과는 확정됐다. 지난해 6월 검찰이 같은 문제에 무혐의 처분을 내린 데 이어 싸이메라를 둘러싼 법정 공방이 끝났다.

장씨는 2013년 9월부터 스마트폰 사진 촬영 때 다양한 색감을 연출할 수 있는 ‘아날로그 시리즈’ 앱을 판매했다. 싸이메라는 앱 내에서 ‘러브 필터’라는 프로그램을 사용자들이 무료로 받을 수 있게 배포했다.

이에 장씨는 “SK컴즈가 아날로그 시리즈 앱 필터를 무단으로 도용하고 ‘아날로그 무료 필터’ ‘아날로그 감성’ 등의 표현으로 광고했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청구액은 필터 다운로드 수와 자신의 앱 판매 가격인 1.09달러를 곱한 금액으로 정했다.

재판부는 광고와 기술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아날로그’는 일반적인 표현으로 상품 표지로서 보호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도시명과 비슷한 단어를 달아 표시한 것도 테마별 구분 표시일 뿐 상품 표지로 사용자들이 인식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법원의 설명이다.

기술 탈취도 근거 없는 주장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가 원고 앱에 사용된 필터값을 이용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적어도 원고의 앱 필터를 거친 사진의 RGB(색상값)가 피고의 앱 필터를 거친 사진의 RGB와 같다고 볼 수 있어야 한다”고 판결했다. 육안으로 보기에 비슷하다는 이유로 구체적 증거 없이 기술의 동일성을 인정할 수는 없다는 취지다.

사건을 맡은 임형주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유사 앱의 지식재산권 보호 범위를 엄격히 따져야 한다는 판결”이라며 “눈으로 볼 때 비슷하더라도 기술적 쟁점에 대한 법적 판단은 달라질 수 있다”고 평가했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