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거일 칼럼] 미래의 기술과 직업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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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대체하지 못할 일은 없다고 하더라도
의사와 달리 간호사는 남으리란 전망처럼
많은 일자리가 '사람들만의 리그'서 나올 것
복거일 사회평론가·소설가
의사와 달리 간호사는 남으리란 전망처럼
많은 일자리가 '사람들만의 리그'서 나올 것
복거일 사회평론가·소설가
![[복거일 칼럼] 미래의 기술과 직업에 대한 단상](https://img.hankyung.com/photo/201802/07.14213001.1.jpg)
이코노미스트지는 경제와 정치를 주로 다루지만, 과학과 기술도 중시한다. 이코노미스트지의 과학기자가 중요한 발견을 맨 먼저 알아보는 인물로 등장하는 과학소설이 나올 만큼 이 잡지의 과학·기술 기사들은 높은 평가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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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초창기고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므로, 그 기술의 상당수는 비실용적으로 판명될 것이다. 어떤 것들이 실용화되고 어떤 것들이 막다른 골목으로 판명될지 가늠해보는 것은 흥미롭고 중요하다. 이 일에서 일차적으로 중요한 요소는 기술적 가능성이다. 이번 기사도 그런 공급 측면에서 살폈다. 그러나 궁극적 요소는 소비자의 선택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소비자 취향에 어긋나면 실용화되지 못한다.
이 점을 잘 보여주는 예는 전화의 진화다. 과학소설가들은 오래전부터 상대의 얼굴을 보고 통화하는 화면전화(picture-phone)가 나오리라 예상했다. 그러나 필요한 기술이 발전한 뒤에도 사람들은 목소리만 들리는 전화를 선호했다. 사람은 자신의 다듬어지지 않은 모습을 다른 사람에게 보이려 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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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들이 외면할 것으로 보이는 기술은 텔레파시다. 텔레파시를 이용하는 사람은 상대에게 자신의 모든 감정과 생각을 내보이게 된다. 우리가 자신의 속마음을 남들로부터 감춘다는 사실과 아첨이나 가벼운 거짓말이 사회적 교류에 필수적이라는 사실을 생각하면, 텔레파시는 실용적 기술로 보이지 않는다.
반면에 인공지능(AI)으로부터 직접 정보를 받아 자신의 판단을 단숨에 향상시키는 기술은 모두 채택할 것이다. 그런 기술을 채택한 사람들이 자신의 뇌에만 의존하는 사람들에 비해 누리는 이점이 워낙 크므로, 누구도 그 기술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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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의 기술을 살필 때 공급 측면만이 아니라 소비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는 교훈은 인공지능의 진화가 부를 일자리 변화에도 적용된다. 단기적으로는 단순하고 반복적인 일들을 인공지능이 하겠지만, 사람의 지능에서 인공지능이 대체하지 못할 부분은 궁극적으로 없다. 따라서 인공지능이 엄청나게 발전했을 미래에선 사람들은 노후화할 수 있다.
그러나 어떤 일들에선 사람들이 인공지능보다는 사람을 상대하고 싶어한다. 항공기 조종사나 의사는 사라져도 승무원과 간호사는 남으리라는 전망이 거기서 나온다. 외롭게 죽을 때, 대부분 사람은 로봇보다는 사람이 곁에 있기를 바랄 것이다.
아울러, ‘사람들만의 리그’에 속하는 활동들이 점점 늘어난다. 모든 육체적, 지적, 예술적 활동에서 로봇이 사람의 능력을 뛰어넘겠지만, 사람만이 참가하는 경기와 공연은 여전히 인기가 높을 것이고 사람의 소득에서 점점 많은 부분이 거기 바쳐질 것이다. 그리고 점점 많은 일자리가 그런 활동에서 나올 것이다. ‘알파고(Alpha-Go) 충격’을 겪은 뒤 바둑 공동체가 보이는 모습은 이런 전망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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