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저임금 인상 보완책으로 일자리안정자금을 내놓은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현장의 반응은 여전히 차갑다. 지난 2일까지 신청자는 전체 대상 근로자 300만 명 중 16만3270명으로 5.4% 수준이다. 30인 미만 사업장의 절반 이상(작년 기준 52%)이 이미 1월 월급을 지급했는데도 대다수가 신청을 꺼리고 있는 것이다.

‘이대로라면 일자리안정자금 예산 3조원 중 1조원도 집행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지난달 31일엔 자격요건을 갖춘 사업장에 처음으로 지원금을 지급했는데 3조원의 0.002%인 6791만원에 그쳤다. 정부는 ‘정책 홍보가 부족하다’는 진단을 내리고 전 부처가 홍보에 매달리고 있지만 사업주들은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닌데 무슨 소용이냐”고 입을 모았다.
"최저임금 내년에도 큰 폭 오를텐데… 일자리안정자금 의미 없다"
(1)“언 발에 오줌 누냐”

일자리안정자금은 한시적인 처방이다. 사업주들은 지원이 언제까지, 얼마나 이뤄질지 모르는 상황에서 신청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한번 신청하면 내년에도 최저임금을 큰 폭 올려줘야 하는 만큼 영세업주는 차라리 신청을 포기하고 고용 및 근로시간 단축으로 대응하려 한다.

인천에서 주물업체를 운영하는 A사장은 “1인당 월 13만원 받아서 도움이 되겠느냐”며 “최저임금이 더 오르면 어차피 직원 수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가 2020년까지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인상하려면 내년에도 15% 이상 올려야 한다. 봉제업체를 운영하는 B씨는 “매년 올려줄 수 없으니 범법자가 되는 걸 감수하고 최저임금 이하를 줄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일각에선 “정부 정책이 오히려 범법자를 늘리는 꼴”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2)“보험료 내면 배보다 배꼽이 커”

고용보험 가입 부담도 신청을 주저하게 한다. 안정자금을 받으려면 반드시 고용보험에 가입해야 하는데 국민연금 산재보험 건강보험 등 다른 사회보험에도 함께 가입해야 하는 구조다. 지원금(13만원)보다 보험료(16만~20만원)가 더 들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얘기가 나온다.

사업주가 부담하는 고용보험료율은 근로자 월급의 0.9%, 국민연금 4.5%, 건강보험 3.35%다. 산재보험은 업종·사업장마다 다르나 평균 1.7%다. 근로자에게 월 157만3770원(최저임금 기준)을 주는 사업주는 16만4000원을 보험료로 내야 하고, 월 190만원(지원 상한선)을 주는 사업주는 19만8000원이 더 든다.

근로자도 보험료 부담과 소득 노출을 이유로 고용보험 가입을 거부한다. 경기 수원의 의료기기 판매업체 C사장은 “월 13만원이라도 지원받고 싶었는데 지원조건이 맞는 직원이 싫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3)“월 190만원 미만은 비현실적”

현장에선 ‘월평균 보수 190만원 미만’이라는 기준도 논란이다. ‘월평균 보수’엔 기본급과 각종 수당, 야간·휴일 연장수당이 포함된다. 인력이 부족하고 잔업이 많은 영세사업장 근로자는 대부분 연장 수당이 많아 이 기준을 초과한다. 정부가 기준을 상향 조정하더라도 효과는 미지수다.

서울 종로에서 일식당을 운영하는 D씨는 “저녁에 손님이 몰리기 때문에 직원들이 밤 11~12시까지 일할 때가 많다”며 “야근 수당을 포함하면 월 230만원이 넘어 210만원까지 늘려도 지원 대상이 없다”고 말했다.

(4)“가입도 까다로운데…”

일자리안정자금을 지원받으려면 까다로운 조건을 두루 만족시켜야 한다. 1개월 이상 근무한 근로자에게만 지원하기 때문에 주유소, 편의점 등 단기 아르바이트생이 많은 경우엔 혜택이 없다.

전년도 보수 수준과 인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도 수시로 인력이 들고나는 영세업체엔 쉽지 않은 조건이다. 조건이 바뀌면 1년 후 지원금을 토해내야 할지도 모른다. 부정수급자를 막기 위해서라지만 경영 상황이 어려워져 근로자 임금을 깎거나 반대로 경영상황이 좋아져서 근로자 수가 늘어도 환수당한다.

심은지/이우상/조아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