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대입정책포럼'에서 주제 발표하는 김현 경희대 입학처장. / 사진=한경 DB
24일 '대입정책포럼'에서 주제 발표하는 김현 경희대 입학처장. / 사진=한경 DB
대학수학능력시험 주요 과목인 국어·수학을 상대평가로 남겨놓자는 주장이 나왔다. 대입 안정성을 감안한 수능 개편 최소화 취지다. 절대평가 확대로 수능의 변별력이 떨어져 정시전형이 무력화될 경우 수시·정시모집을 통합해 선발하는 방안도 고려하자는 제안이 뒤따랐다.

24일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열리는 제2차 대입정책포럼에 발제자로 나서는 김현 서울경인지역입학관련처장협의회장(경희대 입학처장·사진)은 대입제도 개편방안과 관련, 이 같이 정책 제언할 예정이다.

대입정책포럼은 올해 8월까지 수능 개편을 1년 유예한 교육부가 각계 의견수렴을 위해 운영 중이다. 수도권 주요 대학 입학처장들로 구성된 서울경인입학처장협의회는 수능을 비롯한 대입제도 개편에 상당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교육부가 사전 배포한 김 회장의 발제문을 보면 2022학년도 수능의 절대평가 전환 최소화에 초점을 맞췄다. 국어·수학·탐구는 기존 상대평가 유지를 주문했다. 현행 절대평가 과목인 영어·한국사에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새로 도입되는 통합사회·통합과학만 추가하자는 것이다.

지난해 8월 교육부가 내놓았던 두 가지 시안 가운데 1안, 즉 일부 과목 절대평가안에 가깝다. 당시 2안은 국어·수학·탐구까지 절대평가로 전환하는 전 과목 절대평가안이었다.

김 회장은 대입전형 단순화를 목표로 수시와 정시를 통합해 선발하는 안도 제시했다. 수능 절대평가에 따른 변별력 약화로 수능 위주인 정시전형이 사실상 무력화된다면 굳이 현행 수시·정시 체계를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김 회장은 “수능 전 영역 절대평가 등급제를 도입하면 변별력이 약화돼 수능만으로는 신입생을 선발하기 어렵다. 대학들이 학교생활기록부 교과 성적, 논술, 면접 등 다른 전형요소와 결합해 선발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대신 대학이 수능과 학생부, 대학별고사 등 전형요소를 조합해 △학생부교과(학생부 100%) △학생부종합(서류·면접·수능최저학력기준 등) △수능 100% △수능+논술·면접·실기 등(수능 절대평가 등급제 도입시) 등으로 나눠 자율 선발하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처럼 수시와 정시를 통합하면 수능 성적 통지 후인 12월부터 대입전형을 진행해도 무방하다. 수험생이 자신의 학생부와 수능 성적을 모두 안 뒤 대학에 지원해 예측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고교 3학년2학기 교육이 파행을 빚지 않고 정상 진행된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중장기적으로는 창의융합형 인재를 길러내기 위한 논술·서술형 수능 도입을 제안했다. 수능을 현행 객관식 오지선다형의 ‘수능Ⅰ’과 논·서술형 ‘수능Ⅱ’로 나눠 연 2회 시행하는 방식이다.

이에 앞서 논술시험 규모는 줄이되 대학들이 논술을 공동 출제하고 채점은 각 대학이 맡는 일종의 시범방안을 제시했다. 이후 논·서술형 수능 도입 시점에 맞춰 대학별 논술을 전면 폐지하자는 것이다.

김 회장은 “또 다른 사교육 우려가 있을 수 있으나 단답형 객관식이 아닌 논·서술형 시험을 과감히 도입해 미래사회 변화에 대비하는 교육개혁이 필요하다”며 “지금이 충분한 공론화와 사회적 합의 및 숙의 과정을 거쳐 중장기 대입제도 개편 방안을 마련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날 포럼에선 조대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도 ‘미래사회에 필요한 인재 역량’을 주제로 발표한다. 정영근 선문대 입학처장, 채영희 부경대 입학본부장, 황현정 경기교육연구원 연구위원, 임병욱 인창고 교감, 박재원 행복한공부연구소장, 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김재휘 학생이 토론자로 참여할 예정이다. 발제문은 포럼을 마친 후 교육부 홈페이지와 교육소통 플랫폼 ‘온-교육’에 모두 공개된다.

다음달 8일로 예정된 3차 포럼에선 ‘학생부전형 공정성 강화’ 주제로 고교와 교육청 관계자, 학부모 등이 참석해 논의한다. 교육부는 대입정책포럼에서 제시·논의된 안을 종합해 대입제도 개편방안(시안)을 마련, 국가교육회의 숙의 과정을 거쳐 8월 말까지 확정할 계획이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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