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이어 대기업들도 근로시간 단축 입법안이 그대로 시행될 경우 초래할 부작용에 대해 우려를 쏟아냈다. 더불어민주당과 대한상공회의소가 그제 연 간담회에서 윤부근 삼성전자 부회장은 “3개월로 돼 있는 탄력적 근로시간을 1년으로 확대해달라”고 건의했다. 건의대로 된다면 1년간 전체 주(週)평균 근로시간을 52시간으로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일이 몰리는 특정 시기에 더 많이 일할 수 있게 돼 근로 유연성을 높일 수 있다.

삼성전자가 이런 건의를 한 데는 이유가 있다. 주요 가전제품과 연구개발(R&D) 인력의 경우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3~6개월 집중근무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기에 따라 달라지는 산업 특성을 감안하지 않고 근로시간을 획일적으로 규제해선 곤란하다는 것이다. 정진행 현대자동차 사장은 휴일 근로수당 중복 할증의 문제점을 집중 제기했다. 근로시간 단축 입법안에 두 간판 기업이 이런 하소연을 할 정도라면, 다른 기업들 사정이 어떨지는 더 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이번 간담회에서 의미가 있었던 것은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원내대표와 김태년 정책위원회 의장이 이런 문제 제기에 상당 부분 공감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대기업 경영진과의 간담회를 정례화하자”는 제안까지 했다. 주요 정책 결정과 입법에 큰 영향력을 지닌 두 사람이 기업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계속해서 귀를 열겠다고 한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우 원내대표와 김 의장은 어제는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방문해 최저임금 등에 대한 의견을 청취했다.

이낙연 국무총리도 기업 대표들을 만난 자리에서 “성장을 계속해야 한다”며 “정부와 기업 간 소통을 이어가겠다”고 약속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도 기업 현장 소통의 일환으로 지난달 LG그룹에 이어 어제 현대차를 방문해 스마트카, 미래에너지, 로봇 등 신산업 지원을 약속했다.

남은 일은 경청의 결과물을 구체적으로 내놓는 것이다. 기업들의 건의 사항이 구체적인 정책과 입법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믿음을 기업에 줘야 생산적인 대화가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