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태의 논점과 관점] 벌주기와 오기가 정책 주도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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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
![[김선태의 논점과 관점] 벌주기와 오기가 정책 주도하면](https://img.hankyung.com/photo/201801/07.14212987.1.jpg)
'갑' 손보기가 정책 주류 돼
어떤 조세원칙이나 재정 철학에 근거하기보다는 “가진 자들로부터 좀 더 빼앗자”는 다분히 감정 섞인 분풀이 내지 ‘벌주기’ 성격이 강하다는 게 이들의 견해다. 세수 확보나 소득재분배는 크게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 법인세와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으로 예상되는 추가세수는 연간 약 3조~4조원 정도다. 현 정부의 100대 국정과제 추진에 필요한 재원(178조원)의 2%에 불과하다. 법인세 인상은 소득재분배 효과도 없는 데다 궁극적으로 국민 부담만 늘 뿐이다.
걱정되는 것은 이런 유의 정책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부동산 정책만 해도 그렇다. 장기적 공급 확대나 주거 안정보다는 “투기자들을 때려잡자”는 식의 다분히 감정적 대응이 주를 이룬다. “부동산 가격 문제에 대해 물러서지 않겠다”는 청와대 수석의 발언에서는 ‘오기’마저 느껴진다. 4개월간 논란을 빚은 파리바게뜨 사태도 비슷하다. 20년 전 만든 파견법이 프랜차이즈업태의 특성과 충돌할 가능성이 상존하는데도 정부는 법 개정보다는 ‘법대로’만을 외치며 무리하게 파리바게뜨 본사에 제빵사 직고용을 밀어붙였다. “대기업이니 좀 혼나거나 손해 봐도 된다”는 심리가 없었다고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소위 ‘갑’으로 여겨지는 누군가를 다분히 감정적으로 공격하는 정책이 줄을 잇고 있는 것이다. “재벌 혼내고 오느라 늦었다”는 공정거래위원장의 발언은 우연히 나온 게 아니다. 물론 각종 불균형을 시정하겠다는 의지도 있을 테고 지지층을 의식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정부 정책의 기조가 편을 갈라 일방을 벌주는 식이라면 곤란하다.
'을'이 눈물 흘리는 결과 속출
김선태 논설위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