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역 안돼 '사건 없던 일' 다반사
외국인 범죄 4년 만에 78% 급증
서울은 통역요원 되레 줄어들어
"다양한 언어 통역요원 확보" 시급
중국·동남아인 범죄 늘지만
태국어·베트남어 통역 극소수
콜롬비아에서 온 다이애나 씨(22)는 얼마 전 서울 홍익대 인근 클럽에서 성추행을 당해 근처 경찰서를 찾았다. 가해자는 이미 어디론가 사라진 뒤였다. 스페인어를 쓰는 그는 서툰 영어로 자초지종을 설명했으나 당직 경찰관은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경찰은 민간 통역사를 불러주겠다며 여기저기 전화를 걸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 시간 넘게 기다리던 다이애나 씨는 결국 신고를 포기하고 숙소로 돌아갔다.
◆작년 외국인 범죄 4만1000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지난해 200만 명을 넘어서면서 피의자나 피해자로 경찰 조사를 받는 외국인이 급증세다. 하지만 이들에게 경찰서는 여전히 낯설고 불편한 공간이다. 통역 요원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다이애나 씨처럼 말이 안 통해 사건 자체가 ‘없던 일’이 되기도 한다.
프랑스인 젠틸 씨도 얼마 전 교통사고를 당한 르완다 친구 B씨와 인근 경찰서를 찾았지만 심야 시간에 프랑스어를 할 수 있는 봉사요원을 못 찾아 고초를 겪었다. 그나마 영어를 좀 아는 경찰관을 불러다 놓고 B씨와 젠틸 씨, 통역관, 담당 수사관까지 4명이 프랑스어→영어→한국어로 순차 통역을 하는 진풍경을 빚기도 했다.
경찰엔 전국적으로 800여 명의 통역요원이 있다. 이 때문에 경찰은 민간통역봉사단체 등과 계약을 맺어 전담 요원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을 챙긴다. 경찰이 올해에만 민간요원을 600여 명 늘려 총 3945명의 통역요원을 확보했다. 하지만 외국인 인구가 우리나라 인구의 5%를 차지하는 것에 비해선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부 지역은 외국인 밀집 장소임에도 오히려 인력이 줄었다. 외국인 인구가 약 50만 명에 달하는 서울에서의 외국인 범죄는 2013년 8145건에서 지난해 1만1607건으로 약 42% 증가했다. 그럼에도 서울의 통역요원은 2012년 873명(경찰관 317명, 민간인 556명)에서 2016년 724명(경찰관 285명, 민간인 439명)으로 줄었다. 경찰 관계자는 “2014년 통역요원에 대한 전화 언어 테스트 결과 일시적으로 숫자가 줄었다”며 “점진적으로 인력을 충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통역요원 1명인 언어도
경찰 통역요원이 특정 언어에만 몰려 있다 보니 외국인 범죄자들의 국적이 다양해지고 있는 추세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국적별 외국인 범죄자 수는 중국 태국 베트남 등 순이지만 서울지방경찰청 소속 통역요원 285명 가운데 태국어를 구사하는 경찰요원은 단 1명에 불과했다. 베트남어가 가능한 요원도 5명에 그쳤다.
서울 시내 한 지구대 경찰관은 “민간 자원봉사자의 도움을 받고는 있지만 심야나 새벽시간에 범죄가 발생하면 연결이 어려운 게 사실”이라며 “러시아어 통역을 찾지 못해 러시아 사람이 자주 찾는 술집에서 통역을 부탁한 적도 있다”고 전했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저지르는 범죄는 급증하고 있다. 2012년 2만3000건이던 외국인 범죄는 2016년 4만1000건으로 4년 만에 78% 늘었다. 외국인이 국내에서 범죄 피해를 당한 사례는 제대로 집계조차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를 포함하면 한 해 10만 명이 넘는 외국인이 경찰서를 찾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시대에 어울리는 통역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최영신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통역은 외국인이 형사사법절차에서 느끼는 제1의 어려움”이라며 “외국어가 가능한 민간 풀을 확충하거나 대상 언어의 다양성을 높이는 등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국에 장기 체류하는 등록외국인이 올해 처음 160만명대를 넘어섰다. 국적별로는 중국인이 가장 많았다. 27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의 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체류 등록외국인은 160만6633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 148만8091명에 비해 8.0% 증가했다. 등록외국인은 학업이나 취업을 위해 한국에 90일 이상 체류할 목적으로 입국해 등록을 마친 외국인을 의미한다. 외국인등록증이 발급되며 거주지 변경 시 14일 이내 신고해야 한다. 2021년 109만3891명이던 등록외국인은 2022년 118만9585명, 2023년 134만8626명, 2024년 148만8353명으로 매년 증가하다 올해 처음으로 160만명을 넘었다. 체류 자격별로 보면 고용허가제로 알려진 비전문취업(E-9) 비자가 33만5122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유학(D-2) 22만2099명, 영주(F-5) 21만9266명, 결혼이민(F-6) 15만2546명 등의 순이었다. 등록외국인의 54%는 수도권에 거주하고 있으며, 영남권(20.6%), 충청권(12.8%), 호남권(8.9%)이 뒤를 이었다. 수도권에서 등록외국인이 가장 많이 몰려 사는 곳은 5만4584명이 거주하는 경기 화성시였다. 경기 시흥시(4만2158명), 경기 안산시 단원구(3만8398명), 경기 평택시(3만5893명)도 등록외국인 밀집지로 꼽혔다. 국적별로 보면 중국이 29.8%로 가장 많았다. 이어 베트남(18.4%), 네팔(5.5%), 우즈베키스탄(4.3%), 캄보디아(4.1%)의 순이었다. 거소 신고한 외국국적동포 55만3927명 중에서도 69.7%가 중국이었다. 미국은 9.5%, 러시아는 5.9%, 우즈베키스탄은 5.3%다. 한편 국가데이터처 통계를 보면 지난 5월 기준 외국인 취업자는 110만9000명으로,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110만명을 넘어섰다. 국적별 취업자는 한국계 중국인이 34만1000명
서울 강동구 암사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방화로 추정되는 불이 나 5명이 다쳤다. 27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37분께 강동구 암사동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불로 건물에 있던 5명이 다쳤고, 이 가운데 3명은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졌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은 장비 33대와 인력 147명을 토입해 화재 발생 40여분만인 오후 4시 18분께 불을 완전히 껐다. 당국은 누군가 불을 질러 화재가 났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정확한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