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장 자격증이 없는 평교사도 교장직에 단숨에 오를 수 있는 내부형 교장공모제가 대폭 확대된다. 앞으로는 초·중·고교 곳곳에서 ‘40대 교장’을 흔히 볼 수 있게 될 전망이다.

연공서열에 따른 승진이 아니라 능력에 따라 교장을 임용한다는 취지긴 하지만, 기존 서열구조를 완전히 뒤집을 수 있어 학교 내 혼란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40대 교장에 60대 교감'… 일선 초·중·고 혼란 우려
◆국정과제 이행 밀어붙이는 교육부

교육부는 26일 교장공모제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교육 경력 15년 이상인 교원이 공모에 응모할 수 있는 길을 넓힌 게 핵심이다. 지금까진 평교사를 교장으로 뽑고 싶어 하는 학교가 있어도 여러 제약이 있었다. 자율학교 및 자율형공립고(교장임용 등에 자율성을 갖는 국공립 학교)만을 대상으로 했고, 신청 학교가 7곳이면 1곳 정도만 허용해주는 ‘15% 룰’을 적용해서다.

교육부는 교장공모제 확대가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라는 점을 들어 ‘15% 룰’을 아예 없애기로 했다. 각 학교가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내부형 교장공모제를 시행하겠다고 신청하면 교육청이 거부할 수 없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단, 일반학교는 종전처럼 교장공모제를 시행하더라도 교장 자격증이 있는 이들만 응모할 수 있다. 전국 국공립 학교 9955곳 중 교장공모제를 시행하는 곳은 1792개교(18%, 올 3월 기준)다. 이 중에서 교장 자격증 미소지자가 교장이 된 곳은 89개교로 4.9%다.

제도 개선을 위해 교육부는 교육공무원임용령 일부개정령안을 27일부터 40일간 입법예고하기로 했다. 개정안이 확정되면 내년 9월1일자 공모 교장 임용부터 적용된다. 이로써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대선 때 교육 공약으로 내걸었고, 2007년 첫발을 뗀 교장공모제는 시행 10년 만에 새로운 전기를 맞게 됐다.

◆‘학교의 정치화’… 우려 목소리도 높아

교장공모제는 교육 현장의 개방성을 높인다는 측면에서 장점이 많은 제도로 평가받는다. 교육청이 승진 누적 점수에 따라 임명하는 교장들과 달리 공모를 통해 뽑힌 교장들은 4년 임기가 보장되는 터라 안정적인 학교 운영이 가능하다. 3개(초빙형, 내부형, 개방형)로 분류되는 교장공모제 유형 중 특히 개방형은 기업인이나 공무원처럼 교원 자격증이 없는 이들도 교장이 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여서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교육부가 시행 단계부터 논란이 뜨겁던 ‘내부형’에 손을 댔다는 점에서 교장공모제의 당초 취지까지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날 발표에 대해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반대 의사를 밝혔다.

김재철 대변인은 “묵묵히 교육과 연구를 통해 승진을 준비해온 수많은 교장 후보들을 무시한 처사”라며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반발했다. 박남기 전 광주교육대 총장도 “승진제도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며 “도서, 벽지 근무를 신청하는 교사들 대부분은 승진 점수를 고려해서 하는 일인데 앞으로 점수와 무관하게 면접으로 교장을 뽑는다면 누가 섬마을 교사로 가겠느냐”고 지적했다.

‘학교의 정치화’를 초래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김 대변인은 “특정 교원노조(전국교직원노동조합) 사람을 교장으로 심기 위한 것”이라고 반발했다. 공모제 도입 이후 전교조 집행부 출신이 교장에 임용된 사례가 적지 않았고, 이들이 교장직을 마친 뒤 진보성향 교육감의 측근으로 가는 것에 대한 비판이다.

이에 대해 오승현 교육부 학교정책관은 “학교공모교장심사위원회에 학부모, 교원, 외부 전문가가 고루 포함되도록 해 객관적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교장공모제 시행 여부도 학교 자율인 만큼 당장 평교사 출신 교장이 늘어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교장공모제

교육청이 승진후보자 순위에 따라 교장을 임명하는 게 아니라 학교별 학교운영위원회 주도로 공개모집을 통해 교장을 선발하는 제도.

박동휘/김봉구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