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부의 주요 기업 구조조정이 해를 넘겨 내년 상반기 분수령을 맞는다. 당장 내년 초 구조조정 향방이 결정되는 기업은 금호타이어, 성동조선해양, STX조선해양 등 크게 세 곳이다. 새 정부 들어 기업 구조조정이 이뤄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산업계와 금융계가 주시하고 있다.

◆채권단 초점은 자구노력에

내년에 가장 먼저 구조조정 방안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곳은 금호타이어다. 산업은행 등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금호타이어 경영 정상화 방안을 내년 초 내놓기로 했다. 기본 방향은 회사 경쟁력을 살리는 데 초점을 두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P플랜(초단기 법정관리)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게 채권단의 설명이다.

산업은행 고위관계자는 “구조조정 향방을 결정할 때 단순 회계법인 실사만 들여다보지 않을 것”이라며 “산업적 측면도 충분히 고려하되 회사 측의 자구노력 의지가 얼마나 크고 실효성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통분담 등 자구노력을 보이지 않는 기업은 지속 가능성이 낮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결국 인력 축소나 임금 반납 등을 포함한 자구 노력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얘기다.

성동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 역시 비슷한 처지다. 두 조선사는 내년 2월까지 외부 컨설팅을 통해 산업적 측면의 진단을 받는다. 정부는 기존 회계법인 실사 결과와 산업경쟁력 컨설팅 결과를 함께 살펴본 뒤 청산 또는 존속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이때 결정에서도 각 조선사의 자구노력에 실효성이 있는지가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채권단은 내다봤다.
문재인 정부 첫 기업 구조조정 "숫자만 보지 않겠다"
◆정치논리 휘말릴까 우려도

이번 구조조정을 앞두고 ‘생존 골든타임’을 놓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세 곳 모두 당초 올해 구조조정 방안을 정할 계획이었다. 내년 초로 일정이 미뤄진 것은 정부 차원에서 결정을 내리지 못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정치권과 지역사회 눈치를 보느라 결정이 늦어지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됐다. 지난해 한진해운 청산 과정에서 겪은 논란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당시 정부는 ‘산업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금융 논리로만 결정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늦어지면 부작용만 커질 것이라는 게 채권단과 산업계의 지적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부실 징후가 나타나기 시작하면 곧바로 구조조정을 통해 최대한 빨리 살려내는 게 중요하다”며 “결정이 늦어질수록 회사경쟁력 회복 가능성도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구조조정 대상 기업 역시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모르니 정상적인 영업활동이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실사만 몇 번째냐는 얘기도 나온다. STX조선해양은 지난해부터 실사만 세 차례 받았다. 이번에 추가 컨설팅까지 받으면 네 번이 된다. 성동조선해양도 작년에 이어 올해 한 차례 실사를 받은 데 이어 컨설팅까지 받게 됐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조선산업 구조조정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게 2015년부터인데 아직도 헤매고 있는 것 같다”며 “이렇게 방치할 게 아니라 지금이라도 신속하게 진단하고 살릴 수 있는 기업은 하루라도 빨리 경쟁력 회복 작업에 나서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

정지은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