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검찰과거사위를 보는 우려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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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상 지식사회부 기자 kys@hankyung.com
올해 검찰을 나온 고위직 출신 변호사가 12일 법무부의 ‘검찰 과거사위원회(과거사위)’ 발족을 놓고 한 말이다. 법무부는 이날 과거 검찰의 인권 침해 및 검찰권 남용 사례에 대한 진상 규명을 하겠다며 과거사위를 발족했다. 조사 대상 사건을 선정하는 것부터 과거사 조사 결과를 통한 진상 규명, 유사 사례 재발 방지 및 피해 회복을 위한 조사 사항 권고 등을 모두 위원회가 맡게 됐다.
재조사 대상은 △재심 등 법원 판결로 무죄가 확정된 사건 중 검찰권 남용 의혹이 제기된 건 △검찰권 행사 과정에서 인권 침해 의혹이 제기된 건 △국가기관에 의한 인권 침해 의혹이 상당함에도 검찰이 수사 및 공소제기를 거부하거나 현저히 지연시킨 건 중에서 선정한다.
시작도 안 했지만 법조계 곳곳에서는 우려가 만만찮다. 노무현 정부 당시 편파 논란이 컸던 ‘진실과 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부활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위원회 구성부터 중립성에 의구심을 불러일으키는 게 사실이다. 위원장인 김갑배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소속이다. 그는 2012년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에서 반부패특위 위원장으로 활동했다. 송상교·김용민·임선숙 변호사, 정한중 한국외국어대 로스쿨 교수, 이용구 법무부 법무실장까지 위원 9명 중 6명이 민변 출신이다.
검찰이 지난 9월 검사 직권으로 재심을 청구한 사건들 면면도 우려가 커진 이유다. 검찰은 당시 태영호 납북사건 등 6개 사건 18명에 대해 재심을 청구했다. ‘남조선해방전략당 사건’ ‘조총련 연계 간첩 사건’ ‘아람회 사건’ 등이 포함됐다. 한 공안통 출신 변호사는 “재심 사건의 대부분이 국가보안법 사범들”이라며 “노무현 정부가 남겨 놓은 임무를 하는 것 같다”고 촌평했다.
현재를 기준으로 과거를 재단하면 언제나 문제투성이다. 과거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하면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다. 과거사위의 균형 유지 여부는 새 정부가 공언한 ‘인권 검찰’ 실현의 시금석이 될 것이다. 그 어느 때보다 지켜보는 눈이 많다.
고윤상 지식사회부 기자 k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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