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식단' 배송하는 박재연 닥터키친 대표 "당뇨환자도 맛있게 먹을 권리 있죠"
‘충무김밥과 우동’ ‘돼지고기 장칼국수’ ‘탕평채’ ‘단호박갈비찜’…. 어느 식당 메뉴가 아니다. ‘당뇨인도 맛있게 먹을 권리가 있다’며 2015년 7월 창업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닥터키친이 개발한 메뉴들이다.

서울 서초동 사무실에서 만난 박재연 닥터키친 대표(사진)는 “당뇨인도 안전하게, 그러면서도 맛있게 먹을 수 있는 요리를 만들어 배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당뇨 환자의 80~90%는 두세 달에 한 번 병원에 들러 통원 치료를 받는다”며 “나머지 시간엔 자신의 의지로 식사요법을 해야 하지만 당뇨식이 맛이 없다 보니 관리에 실패하는 일이 잦다”고 창업 배경을 설명했다.

국민건강보험에 따르면 지난해 현재 국내 당뇨 환자는 270만 명이다. 여기에 고위험군을 더한 당뇨 위험 인구는 800만 명을 웃돈다. 그는 “당뇨인들은 밥 한 끼 먹으면서 매번 탄수화물과 나트륨 함량을 계산하고, 먹고 나선 혈당이 얼마나 오를까 전전긍긍한다”고 말했다.

닥터키친이 병원 의료진의 조언을 받아 개발한 음식은 설탕 대신 알룰로스라는 대체 물질로 단맛을 낸다. 백미와 밀가루는 쓰지 않는다. 이렇게 혈당을 높이는 탄수화물을 메뉴별로 63% 이상씩 줄였다고 한다. 당뇨 환자는 고혈압과 고지혈증 발병 위험이 높기 때문에 포화지방과 나트륨 함유량도 절반 가까이 줄였다. 최상의 맛을 내기 위해 쉐라톤워커힐, JW메리어트, 롯데호텔 등 호텔 셰프의 도움도 받았다고 한다.

박 대표는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베인앤드컴퍼니에서 6년 반 동안 컨설턴트로 일했다. 이후 효성 전략본부 경영혁신팀장을 거쳐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유니슨캐피탈에서 디렉터를 맡았다. 그는 “뉴스에서 당뇨 환자가 늘어 심각하다고 하는데, 이를 개인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만 남겨두는 것 같아 이 분야에 뛰어들게 됐다”고 말했다.

닥터키친의 목표는 식이요법이 필요한 모든 환자에게 종합적인 유·무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박 대표는 “미국과 유럽, 일본은 물론 중국, 인도, 중동에도 많기 때문에 한국에서 토대를 닦은 뒤 해외 진출에도 나설 것”이라고 했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