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계부채 증가율 8% 이내 관리"…올들어 3분기까지 증가율 9.5%

중국에 이어 세계 2위 수준으로 폭증하고 있는 한국의 가계부채가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수준으로 보인다고 국제결제은행(BIS)이 분석했다.

정부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발표하면서 앞으로 가계부채 증가율을 8% 이내에서 관리하겠다고 약속해 향후 목표 달성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한국의 가계부채 증가율은 9.5%로 아직 정부의 목표치에는 미달한다.
한국 가계빚 금융위기후 GDP대비 20%p↑… BIS "경제성장에 악영향"
◇ 韓 가계빚 금융위기후 GDP 대비 20%p↑…BIS "경제성장 악영향 수준"

10일 BIS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상반기 말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93.8%로 이미 임계치 하한선을 넘어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는 수준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경제규모 대비 가계부채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GDP 대비 73.7%에서 올해 상반기 말까지 20%포인트(p) 폭증했다.

가계부채는 총량도 문제지만 경제규모 대비 일정 비율을 넘어서면 장기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것이 최근 연구결과라고 BIS는 소개했다.

BIS는 주요 연구를 종합해보면 대략 국내총생산(GDP) 대비 80∼100%가 임계치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이를 넘어서면 가계부채는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 마이너스 요인이 된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가계부채가 GDP 대비 36∼70% 사이에서 관리돼야 장기적 경제성장에 최대한의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 가계빚 금융위기후 GDP대비 20%p↑… BIS "경제성장에 악영향"
문제는 한국의 경제규모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더 상승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상반기 한국의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포인트 상승했다.

증가 속도가 중국에 이어 전세계 주요 43개국 중 두 번째로 빨랐다.

BIS는 한국을 경제규모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은 데다가 지속해서 오르는(high & rising) 국가로 분류했다.

호주, 스웨덴, 캐나다, 스위스, 노르웨이도 이에 속한다.

금융위기 이후 평균 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이 60% 이상이면서 최근에도 상승세인 국가들이다.

가계 소득 대비 빚 부담(DSR)도 계속 상승하며 역대 최고치(12.6%)를 새로 쓰고 있다.

상반기에만 0.2%포인트 상승하며 호주(0.3%포인트)에 이어 두 번째로 빠르게 상승했다.

가계부채가 증가하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금융위기 이후 DSR가 장기 평균을 계속 웃돌고 있다.

한국 가계부채는 9월 말 기준 1천419조원을 기록했다.

3년간 363조원(34.3%)이 불었다.

2014년 8월 정부 대출규제 완화와 이후 다섯 차례에 걸친 한은 기준금리 인하가 가계대출 증가에 기반이 됐다.

연간 처분가능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6월 말 155.0%로, 한 해 동안 번 돈을 꼬박 모아도 원금 3분의 2를 겨우 갚는 수준이다.

◇ 文정부 "가계부채 증가세 8% 이내에서 관리"…제동 걸릴지 주목
한국 가계빚 금융위기후 GDP대비 20%p↑… BIS "경제성장에 악영향"
이같이 기록적인 가계부채 폭증세에 새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가 제동을 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내년부터 DTI(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강화한 신(新)DTI를 도입해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주택을 담보로 한 대출 가능 금액을 더욱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지난달 발표한 바 있다.

자영업자 대출이나 2금융권 대출, 집단대출도 억제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8% 이내에서 관리하는 게 목표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가계부채 증가율은 지난해 말(1천342조5천억원) 대비 9.5%를 기록 중이다.

두 자릿수 증가율에서 소폭 진정됐지만, 여전히 목표치에는 미달한다.

정부와 한국은행은 올해 연간으로는 8% 이내라는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8%라는 목표치가 너무 높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계부채 총량 측면에서 가계부채 증가율을 명목 GDP 증가율 이내에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가계빚 금융위기후 GDP대비 20%p↑… BIS "경제성장에 악영향"
정부는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급격히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내놓으며 분투했지만, 폭증세에 제동을 걸지 못했다.

더구나 박근혜 정부 당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가 2014년 7월 취임한 뒤 한 달 만인 8월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주택담보대출비율(LTV)·DTI를 각각 70%와 60%로 완화하면서 가계부채 증가세는 더욱 가팔라졌다.

이에 따라 2015∼2016년 가계부채는 연평균 129조원 증가해 과거 2007∼2014년 연평균 60조원의 2배를 상회하는 증가세를 기록했다.

정부는 지난해 말 기준 1천343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 중 절반 가까이는 상환이 불투명하다고 집계했다.

해당 부채를 보유한 가구가 빚을 상환하는데 소득·자산이 모두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다.

게다가 이중 100조원은 이미 부실화돼 상환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정부는 특히 가계 빚 전체의 7%인 94조원을 보유한 32만 가구는 소득·자산 기준 상환능력이 부족해 부실화가 우려된다고 지목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