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수급 불균형에 배출권 가격 '요동'
탄소배출권 시장의 수급 불균형과 가격 불안정성 문제는 하루이틀 된 일이 아니다. 산업계에선 3년째 탄소배출권 시장의 문제들을 해결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고쳐지지 않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8월까지 배출권 거래량은 모두 1123만t(장내 거래량 기준)으로 총 할당량(5억3900만t)의 2% 정도다. 하반기에 들어선 ‘거래절벽’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 정부가 내년도 배출권 할당계획을 미루면서 배출권이 충분한 기업도 남은 물량을 시장에 내놓지 않으면서다.

유동성이 부족하다 보니 배출권 가격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작년 6월 말 t당 1만6600원 수준이었던 배출권 가격은 지난달 초부터 상승하기 시작해 지난달 24일엔 사상 최고치인 2만8000원까지 올랐다. 작년 6월 말 대비 70% 가까이 급등했다. 이후 기획재정부가 시장개입을 시사하면서 2만원대 초반으로 내려와 있지만 산업계는 여전히 높은 가격이라며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기업들은 애가 타고 있다. 한국전력 남동발전 등 발전업체를 비롯해 현대제철, LG화학, 현대시멘트 등 21개 기업은 지난달 28일 환경부,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에 ‘온실가스배출권 시장 문제점 개선 건의’라는 공동건의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이들은 건의문을 통해 “정부가 보유한 배출권 예비분 1430만t을 즉시 공급해 배출권 가격을 안정시켜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 기업 관계자는 “정부는 산업계가 4000만t 정도로 추정하는 배출권 부족량 중 2500만t은 시장에서 확보할 수 있고 나머지 1500만t은 예비분으로 공급하면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하지만 거래가 얼어붙어 시장에서 2500만t의 물량을 확보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심은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