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서리풀원두막 겨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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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희 < 서울 서초구청장 gracecho@seocho.go.kr >
![[한경에세이] 서리풀원두막 겨울이야기](https://img.hankyung.com/photo/201711/07.15097107.1.jpg)
시간은 모든 것을 변화시킨다. 올여름 도심의 횡단보도에서 시원한 그늘을 선사하던 ‘서리풀 원두막’도 마찬가지다. 무성한 나뭇잎 같던 차양을 접고 이제는 예쁜 트리로 변신해 추운 밤거리를 훈훈히 밝혀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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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되다고 하던가. 고맙게도 서리풀 원두막은 베푼 것보다 훨씬 많은 기쁨을 안겨줬다. 창의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의 생활 행정으로 인정받아 상을 여럿 받은 게 그것이다. 이달 초 유럽의 권위 있는 친환경상인 그린애플상을 받은 것도 그런 기쁨 중 하나였다.
보는 높이가 달라지면 의미도 달라진다. 그린애플상을 받으러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의사당으로 날아가며 보니 서리풀 원두막은 단지 서울 서초의 한 귀퉁이를 덮고 있는 게 아니었다. 시상식 진행자는 서리풀 원두막이 “자외선으로 뜨거워진 도시에 시원한 그늘을 제공했다”며 축하했다. 그 순간 문득 지구를 쓰는 청소부 이야기가 떠올랐다. 늘 행복한 표정인 청소부에게 그 까닭을 물으니 “난 지구의 한 모퉁이를 쓸고 있다오”라고 대답했다는 얘기다. 높은 데서 바라보면 거리를 쓰는 것도 지구를 가꾸는 일이 된다. 서리풀 원두막도 마찬가지다. 조그만 그늘막이지만 온난화에 시달리는 지구의 환경을 살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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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한 송이가 있어 지구가 아름답다고 한다.
별빛 하나가 있어 온 세상이 환할 수도 있다. 서리풀 원두막의 작은 불빛이 이 겨울 세상의 모든 추운 가슴들을 훈훈히 데워 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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