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여야 의원들은 21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 설치법’을 놓고 법안심사소위를 열어 약 2시간 동안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끝났다.

‘공수처 설치 법안’을 대표발의한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소위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자유한국당 의원 세 명 모두 공수처 도입에 반대했다”며 “‘추가 논의도 필요없다’는 취지로 이야기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법사위 한국당 간사인 김진태 의원은 “오늘이 벌써 네 번째 법안소위 심사다. 실익이 없다”며 “적폐청산만 좋아하는 정권에 또 다른 칼을 쥐어줄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새로운 제도와 기구를 만들 게 아니다. 제도의 문제”라며 “검·경 수사권 조정부터 (안건에) 올리면 찬성해주겠다”고 덧붙였다.

여당은 공수처장 임명과 관련, 야당 추천 2인을 국회에서 표결하는 방식은 논의할 수 있다고 제안했지만 한국당 측에서 받아들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의 반대로 공수처 설치 논의가 결렬되면서 이번 정기국회 내에 공수처 설치 관련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는 정부와 여당의 계획은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 20일 당·정·청 협의 등을 통해 공수처 설치 의지를 거듭 천명한 데 이어 이날도 “공수처 설치법을 양보할 수는 없다”며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김태년 민주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공수처 설치에 찬성하는 만큼 공수처 설치는 시대적 과제”라며 “공수처에 대한 정치적 중립성 및 일각의 우려는 법안 심사에서 논의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당의 반발에 논의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20일 페이스북에 “공수처 문제는 국가 사정기관 전체 체계에 관한 문제다. 정치 거래 대상이 아니다”며 “충견(검찰)도 모자라서 맹견(공수처)까지 풀려고 하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정우택 한국당 원내대표 역시 이날 “국회 운영위 출석조차 하지 않았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까지 국회에 와서 적폐청산·검찰 개혁 등을 운운하며 국민과 야당을 향해 공수처 설치를 윽박지르듯이 (요구)하고 갔다”고 했다. 그는 “공수처는 ‘옥상옥’이 될 수 있고 정치적인 악용 수단으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