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을 흔든 판결들] 퇴직연금도 재산분할 대상"… 공평·양성평등의 원칙 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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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 공무원퇴직연금과 재산분할 (대법원 2014년 7월16일 선고 2012므2888 전원합의체 판결)
배인구 <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 >
배인구 <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 >
![[대한민국을 흔든 판결들] 퇴직연금도 재산분할 대상"… 공평·양성평등의 원칙 실현](https://img.hankyung.com/photo/201711/AA.15178568.1.jpg)
![[대한민국을 흔든 판결들] 퇴직연금도 재산분할 대상"… 공평·양성평등의 원칙 실현](https://img.hankyung.com/photo/201711/AA.15176353.1.jpg)
이 사건의 원고는 피고와 혼인 전인 1989년 9월부터 자영업을 하다가 혼인 후인 1995년 9월께 폐업한 뒤 별다른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가사를 전담했다. 피고는 원고와 혼인 이전인 1977년 2월께부터 공무원으로 재직했고 2006년 6월 정년퇴직한 이후 공무원연금을 수령하고 있었다.
원고와 피고는 약 15년간 혼인생활을 했는데 피고가 29년간 공무원으로 재직한 기간 중 혼인기간은 13년이었다. 이혼소송의 사실심 변론 종결 당시에 피고가 공무원 퇴직연금을 실제로 수령하고 있는 경우에 원고는 피고가 공무원연금관리공단에서 장차 수령할 퇴직연금이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고 주장했고 피고는 피고의 여명을 확정할 수 없는 이상 이를 재산분할 대상에 포함시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연금·기타 재산 구분해 분할 비율 정해
![[대한민국을 흔든 판결들] 퇴직연금도 재산분할 대상"… 공평·양성평등의 원칙 실현](https://img.hankyung.com/photo/201711/01.15179910.1.jpg)
그동안 대법원은 민법이 정한 재산분할 취지에 비춰볼 때, 재산분할 비율은 개별 재산에 대한 기여도를 일컫는 것이 아니라 기여도와 기타 모든 사정을 고려해 전체로서의 형성된 재산에 대해 상대방 배우자로부터 분할받을 수 있는 비율을 일컫는 것이라고 봤다. 따라서 분할 대상 재산을 개별적으로 구분해 분할 비율을 달리 정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견해를 유지해 왔다(대법원 2002년 9월4일 선고 2001므718 판결 등).
이런 견해에 따라 이 사건 하급심 법원은 공무원 퇴직연금 수급권과 다른 일반재산을 구분하지 않고 △전체 재산의 재산 형성 경위 △원고와 피고의 실질 혼인생활 기간이 약 15년 이상인 점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 재산 중 아파트는 피고가 원고와 혼인하기 전에 취득한 재산이고 그 외 대부분 재산은 피고의 급여로 형성된 점 △피고가 주식투자로 상당한 수익을 거둔 점, 반면에 원고는 △별다른 재산이 없고 △대부분 혼인생활 동안 가정주부로 지낸 원고에 대한 부양적 요소를 고려할 필요가 있는 점 등 변론에 나타난 모든 사정을 종합하면 재산분할 비율은 원고 30%, 피고 70%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했다. 그리고 피고는 원·피고의 순재산 합계액 중 30%에 해당하는 금액에서 원고의 순재산을 공제한 금액을 피고에게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하급심은 또한 기존 대법원 판례와 달리 공무원 퇴직연금도 분할 대상에 포함시켜 피고가 사망할 때까지 매월 수령하는 퇴직연금액 중 마찬가지로 30% 비율에 의한 돈을 매월 말일에 원고에게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연금의 사회보장급여 성격 고려
그런데 대법원은 피고의 공무원 연금 수급의 기초가 되는 재직기간이 모두 29년인데 그중 원고와의 혼인기간이 13년이어서 그 혼인기간이 피고의 전체 재직기간의 40% 정도임에도 원심과 같이 퇴직연금의 30%를 원고에게 귀속시키는 것은 실질적 혼인기간의 고려라는 점에서만 보면 그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퇴직연금의 대부분을 원고에게 돌리는 것과 같은 결과가 돼 부당하므로 당사자 사이의 형평에 부합하도록 퇴직연금 분할 비율을 다시 정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위 판시에 따르면 혼인기간과 재직기간이 동일하더라도 공무원 연금 분할 비율은 25%를 초과하지 못한다. 연금의 절반은 사회보장적인 급여로서의 성격을 고려해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하고 후불 임금적인 성격인 절반만 분할 대상으로 본 것이다.
그런데 이 판결이 계기가 돼 2015년 6월22일 개정된 공무원연금법은 연금을 후불 임금인 재산권적 성격으로만 파악해 국민연금과 같이 공무원으로 재직한 기간 중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균등하게 나눈 금액을 분할연금액으로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다. 다만 당사자 사이의 협의나 법원의 재산분할 판결 등을 통해 지급 비율을 따로 정할 수 있도록 해 당사자 사이의 구체적 타당성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했다. 이는 대법원이 판시한 분할 비율을 훌쩍 뛰어넘는 것이다.
공평성이 재산분할의 본질
부부가 이혼으로 혼인이 해소되는 경우 형성한 재산관계를 공평하게 청산하는 것이 재산분할의 본질이다. 위 판결은 재산분할 과정에서 실질적 공평과 양성평등의 원칙을 적극적으로 구현했다. 공무원으로 재직하다 퇴직한 배우자가 현재 매월 상당한 금액의 연금을 받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단지 그의 여명을 알 수 없다는 이유만으로 퇴직연금 수급권을 재산분할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수긍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퇴직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해 예금 등 다른 채권으로 변환한 경우에는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 반면 퇴직급여채권을 ‘기타 사정’으로만 참작한다면 그 기준이 명확하지 않고, 특히 퇴직연금 수급권이 유일한 재산이고 분할할 다른 재산이 없는 경우에는 아예 재산분할을 할 수 없어 당사자 사이의 공평을 심각하게 해할 수 있다.
더구나 부부 중 일방이 혼인 중 상대방 배우자의 공적연금을 함께 향유할 것으로 기대하고 별도의 노후보장 대책을 세우지 않은 경우에 연금 분할은 상대방 배우자의 생존과도 직결된 것이다.
위 판결은 이런 점을 고려해 퇴직금을 연금 형태로 수령 중이어서 그 여명 및 액수를 확정할 수 없는 경우라도 이를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고 판시했고 이는 공무원연금법에 분할연금 규정이 신설되는 중요한 계기가 됐다.
■ 원칙은 '균등분할'…혼인기간·소득형성 기여 등 종합 고려
대법원이 2012므2888 판결의 근거로 제시한 것 중 하나는 국민연금법에 따른 연금 분할이 인정되는 이상 공무원퇴직연금에 대해서만 분할을 허용하지 않는 것은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국민연금법은 배우자의 가입기간 중 혼인기간이 5년 이상인 사람이 이혼했고 60세가 됐으며 배우자였던 사람이 노령연금 수급권자인 경우 그때부터 그가 생존하는 동안 배우자였던 자의 노령연금 중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균등하게 나눈 분할연금을 받을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법원의 위 판결이 계기가 돼 2015년 6월 개정된 공무원연금법은 국민연금과 같이 공무원으로 재직한 기간 중 혼인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균등하게 나눈 금액을 분할연금액으로 지급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지급 비율을 따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연금법도 2015년 12월 특례 규정을 신설, 노령연금을 분할하는 경우에도 민법이 정한 재산분할제도를 통해 실질적 혼인생활 기간, 소득 형성에 기여한 정도 등을 종합 고려해 연금액을 분할할 수 있게 했다.
배인구 < 법무법인 로고스 변호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