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환경 규제가 자동차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학계 지적이 나왔다. 김수욱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자동차산업의 발전 과제’를 주제로 그제 열린 산업경쟁력 포럼에서 미국과 EU보다 엄격한 국내 환경 규제를 자동차산업의 위기 원인 중 하나로 꼽았다. 그는 “배출가스 기준 등을 국내 기술개발 속도에 맞게 조정하지 않으면 내수 침체 등으로 자동차산업의 위기가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는 경고도 했다.

알려진 대로 국내 자동차 환경 규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한국은 평균연비, 온실가스, 신(新)화학물질, 배출권 거래 등의 규제를 시행 중이다. 미국은 배출권 규제와 신화학물질 규제를 적용하지 않는다. EU는 평균연비 규제가 없다. 게다가 한국은 규제 수준도 가장 높다. 배출가스 기준의 경우 가솔린 차량은 미국, 디젤 차량은 EU 기준을 각각 따른다. 미국과 EU는 각 분야에서 가장 엄격한 기준을 요구한다.

군사작전 하듯 밀어붙이는 규제 행정도 문제다. 강력한 규제를 도입하면서 업계와 제대로 협의도 하지 않았다. 2014년 평균연비 및 온실가스 두 가지 규제를 한꺼번에 도입할 때 정부안 제시부터 확정까지 걸린 기간은 4개월에 불과했다. 미국은 평균연비 규제안 제시부터 확정까지 2년1개월 소요됐다. EU는 1년9개월간 기업과 협의해 온실가스 규제를 내놨다. 정부의 행정편의주의와 시민단체 등을 의식한 환경 포퓰리즘이 최악으로 결합된 것이 평균연비·온실가스 규제라는 비난이 나오는 이유다.

환경부는 ‘친환경차 협력금’ 도입도 검토 중이라고 한다. 내연기관(엔진) 자동차를 사는 소비자에게 부담금을 걷어 전기자동차와 하이브리드카 등을 사는 소비자에게 보조금을 주는 제도다. 국산차 구매자 부담으로 국내 업체보다 기술력이 높은 수입 전기차 등의 구매자에게 보조금을 지원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국내 산업을 보호해도 모자랄 판에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수입차 영업을 도와줘서야 되겠는가.

자국 산업을 보호하고 우위를 점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하다. 어떤 나라도 자국 시장을 외국업체에 열어주는 환경규제를 시행하지 않는다. 국내 산업 피해가 불을 보듯 뻔하다면 환경기준을 현실에 맞게 재조정하는 게 바람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