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개봉한 한 영화에서 인기배우와 호흡을 맞추는 신예 주연 자리를 놓고 6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한 배우가 낙점되며 화제가 됐다. 한 화장품 CF모델 선발에는 1400명이 응시자가 몰리며 스타의 반열에 오르는 것은 실로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보다 어렵다는 현실을 반영했다.

배우를 꿈꾸는 이들에게는 오디션 기회 한 번 잡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길거리에서 운좋게 캐스팅이 돼 일어나보니 하루아침에 반짝스타가 되는 일은 이제 옛날 이야기다.

전문가들의 트레이닝과 혹독한 훈련을 통해 연기자의 꿈에 도전하는 신예배우들을 만나봤다.
사진 이미나
사진 이미나
진선우(37) 씨는 배우의 꿈에만 매달릴 수 없는 가장이자 연기에 대한 열정을 늘 가슴 속에 간직하고 있고 있는 늦깎이 배우 지망생이다.

"법학을 전공하고 6년간 사법고시에 도전했어요. 1차에 합격하고 흔히 말하는 장수생 생활을 한거죠. 더이상 공부에 매달릴 수 없어서 직장을 다녔는데 2012년 '범죄와의 전쟁' 영화에서 곽도원이란 배우를 접하게 됐습니다. 살아있는 활어같은 연기를 보고 압도당해 나도 배우가 되고 싶다는 꿈을 갖게 됐죠."

하지만 진 씨가 배우의 꿈을 향한 계단을 밟아가기에 현실이 녹녹치만은 않았다.

"작년 6월에 아내와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났습니다. 아내가 운영하던 김밥집을 도와야 했죠. 점심시간이면 당장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김밥을 내가야 하는게 현실인데 연기를 하겠다는 말을 꺼낼 수 없었어요."

가슴 속 어딘가 휴화산처럼 잠재돼 있는 배우의 꿈을 잡기 위해 아내에게 솔직히 털어놓았다.

"더 늦기 전에 연기를 하고 싶다. 내 꿈은 배우다"라고.

힘든 상황에서도 아내는 진 씨를 믿고 격려해줬다. 연기학원에 등록해 오전에는 연기수업을 듣고 오후에는 학원 강사 일을 병행했다. 그러다보니 단역 제안이 들어와도 주말 외에는 할 수가 없었다.

"첫 배우 도전이 드라마 '징비록'에서 주인공 옆에 있는 대사 2줄의 전령 역할이었어요. 꽃샘 추위속에서 밤새 수중신을 찍는데 쉬운일이 아니구나 싶었죠"

수학강사와 배우를 병행하기 어렵다고 느낀 진씨는 결국 학원을 그만뒀다.

"학원 강사를 그만두면 섭외가 물밀 듯 들어올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세 달 이상 전화가 한 통도 오지 않았어요. CNC스쿨에서 연기를 지도받고 몇 개월 지나자 연극 무대에 서게 됐습니다. 연출가 선생님에게 혹독하게 혼나기도 하면서 많은 걸 배웠지만 연기에 대한 갈증을 채울 수 있어 행복했던 시간입니다. 무대에서 연기하는 제 모습을 볼 때면 아직도 저게 나 맞나 헷갈려요."

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질 김밥집에서 손을 떼고 연기를 본격적으로 해야할 때라는 것을 절감하고 있다.

"늦은 나이에 연기에 도전하다보니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경제적 문제가 가장 걸림돌이에요. 하지만 저보다 늦게 시작하는 배우도 수없이 많은데 늦었다고 포기할 순 없죠.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연기에 대한 제 열정을 불사르고 싶습니다. 아버지 하면 대명사처럼 떠오르는 장용 씨같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저만의 캐릭터를 만들 날까지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진 이미나
사진 이미나
대학에서 연출을 전공한 박서연(29) 씨는 광고계에서는 이미 이름 높은 모델이다.

"영화 제작사 PD님 밑에서 제작 막내로 연출 스태프로 일하다 VIP 시사회에서 길거리 캐스팅이 됐어요. 미국에 가서 메인 모델로 촬영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거죠. 카메라 앞에는 처음 선 제 심장이 마구 뛰는 것을 보고 새로운 저를 알게 됐습니다."

박 씨는 주변의 추천으로 CNC 스쿨에 입학해 연기 수업과 광고 모델을 병행했다.

"구글, KT, 삼성, 쉐보레, 공익광고 등 대기업에서 러브콜을 많이 받았어요. 제 웃는 모습을 특히 좋아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최근 방영된 KBS 드라마에서는 주인공 친구 역을 맡았죠. 모델 일도 늘 보람있지만 연기를 본격적으로 해보고 싶어요."

신인 배우에게 가장 힘든 점은 섭외가 들어올 땐 몰려 들어오고 없을땐 전혀 없어 어떤 계획도 미리 잡을 수가 없다는 점이다.

"제가 캐스팅을 당하며 모델일을 시작한 경우다 보니 섭외가 없으면 '왜 아무도 날 찾지 않지. 이 길이 아닌가'하는 초조함이 들어서 평정심을 잃지 않고 지내는 것이 힘들었어요. 확신이 없어질 때 연기지도를 받으면 마음을 단단하게 먹을 수 있는 계기도 되고 연기학원에서는 내 안의 에너지들을 배움의 에너지로 전환할 수 있어 좋은 것 같아요."

박서연 씨가 좋아하는 배우는 메릴 스트립과 공리다.

"한국에 연기를 잘하시는 분들이 많이 계시지만 저와 똑같은 느낌의 배우가 있다면 왜 절 찾겠어요. 저다운 또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연기학원에서 배우는걸 좋지 않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기회는 늘 갑자기 나타나는데 그런 기회 왔을때 붙잡을 수 있으려면 계속 기계처럼 공회전하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 매력을 확 뿜어낼 수 있는 그런 기회를 오늘도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장소협찬 CNC스쿨
영상 문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