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일본이 최근 정상회담을 계기로 들고 나온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구상’에 한국이 동참할지를 놓고 혼선이 일자 정부가 진화에 나섰다.

인도·태평양 구상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해 8월 케냐에서 열린 아프리카개발회의 기조연설에서 발표한 외교 전략으로 미국, 일본, 인도, 호주 4개국이 중심이 돼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항행의 자유와 법의 지배, 공정하고 호혜적인 무역 등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미국도 지난 6일 미·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인도·태평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인도·태평양 구상은 미일 공동의 전략으로 떠올랐다. 이 구상의 지향점이 ‘중국 포위’라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여서 우리 정부에 고민을 안기는 측면이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9일 한·미 공동 언론발표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동맹이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보, 안정과 번영을 위한 핵심축임을 강조했다’고 언급한 배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했다는 것이지, 우리가 동의했다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공동언론발표문에 나온 내용은 트럼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이 같이 얘기한 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 얘기”라며 “문 대통령은 사실상 처음 듣는 개념이어서 우리는 합의문에서 빼는 것으로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는 일본이 추진해온 문제이고 우리는 현재 여러 가지 국제 정서와 환경을 고려할 때 참여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해 트럼프 대통령의 말을 경청한 것일 뿐”이라며 “그 이상이 아니다”고 말했다.

김현철 청와대 경제보좌관은 이날 기자들에게 “일본의 경우 인도·퍼시픽(태평양) 라인이라고 해서 일본, 호주, 인도, 미국을 연결하는 외교 라인을 구축하려고 하지만 우리는 거기에 편입될 필요가 없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외교부는 정반대 입장을 보였다. 노규덕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김 보좌관 발언 이후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이 새로 제시한 (인도·태평양) 전략은 우리 정책 방향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다”며 “한·미가 협의하면서 가능한 협력 방안을 모색해 나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와 외교부 간 혼선으로 비쳐지자 청와대는 다시 이날 오후 공식 입장자료를 냈다. 청와대는 이 자료에서 “(미국의) 인도·태평양 지역 개념은 우리가 추진하고 있는 외교다변화 정책과도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나 공동의 전략적 목표를 추진해 나가는 데 적절한 지역 개념인지에 관해 좀 더 협의가 필요하다”며 “미국의 새로운 이니셔티브에 대해선 한·미 간 긴밀히 협의하면서 가능한 협력 방안들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미·일 공조 강화 차원에서 인도·태평양 구상에 동참해 줄 것을 요구하는 미국과 그 구상에 반대할 중국 사이에서 정부의 고민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김채연/자카르타=조미현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