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포럼] 다이빙 벨에 갇힌 나비는 날아 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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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금증후군' 환자도 소통케할 재활공학
생각만으로 로봇팔을 움직이는 것처럼
인류 전체 생활패러다임 변화시킬 것
방문석 < 서울대 의대 교수·재활의학 >
생각만으로 로봇팔을 움직이는 것처럼
인류 전체 생활패러다임 변화시킬 것
방문석 < 서울대 의대 교수·재활의학 >
‘잠수종과 나비’는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이고 주인공이 쓴 동명의 소설이기도 하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패션잡지 ‘엘르’의 편집장인 주인공이 인생의 정점에서 뇌졸중으로 쓰러진 이후의 이야기다.
주인공 장 도미니크 보비는 ‘감금증후군(locked-in syndrome)’으로 온몸이 마비돼 한쪽 눈꺼풀만 깜빡일 수 있을 뿐이었다. 감금증후군 환자는 뇌간이라는 뇌의 하부가 손상돼 의식과 사고는 멀쩡하지만 마비로 한쪽 눈 깜빡임밖에는 전혀 꼼짝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이다. 주인공은 그 상황을 깊은 바닷속의 다이빙 벨에 갇혀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는 외부와 단절된 상황으로 표현했다.
보비는 헌신적인 언어치료사의 도움을 통해 눈 깜빡임으로 알파벳 하나하나를 선택해 자신의 수기인 잠수종과 나비를 쓰기 시작했다. 15개월 동안 20여만 번의 눈 깜빡임으로 1997년 130페이지 분량의 감동적인 소설을 완성했다. 그러나 그는 아쉽게도 출간 열흘 뒤 사망했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당시 세계 패션계의 최고 지위에 있던 명사답게 1990년대 중반 프랑스에서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특히 재활서비스를 받는 것으로 묘사된다. 감동적인 실화도 주인공이 당시 최고의 재활서비스를 받았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20년이 지난 지금 뇌과학과 재활공학의 발달은 다이빙 벨에 갇힌 나비와 같은 존재로 묘사되는 중증장애인에게도 새로운 재활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해주고 있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또는 뇌·기계 인터페이스가 대표적인 시도다. 마비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감금증후군, 루게릭병으로 대표되는 다발성 축삭경화증, 중증 척수손상, 근육병, 신경질환 환자들이 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뇌에 삽입된 전극을 통해 뇌파를 측정, 컴퓨터로 신호처리를 해 로봇팔, 휠체어 등 다양한 기계를 환자 자신의 수족처럼 조절하는 방법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뇌과학, 로봇공학, 데이터처리 등 다양한 학문과 신경외과 전문의, 재활의학과 전문의, 재활치료사 등 전문가들이 함께해야 한다. 앤드루 슈워츠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는 원숭이 뇌에 전극을 삽입한 뒤 생각만으로 로봇팔을 움직여 먹이를 먹을 수 있도록 한 기술을 2008년 발표했다. 이후 피츠버그대와 브라운대에서는 실제 중증장애인의 뇌에 뇌파측정 전극삽입수술을 시행했다. 이 수술을 받은 중증장애인이 로봇팔을 움직여 직접 음식을 먹고 동료와 손도 잡는 상황을 실현했다. 이는 논문으로 발표됐고 방송에서도 보도됐다. 작년 10월에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피츠버그대를 방문해 뇌에 전극을 삽입한 척수손상 장애인이 생각만으로 움직이는 로봇팔을 잡고 악수하는 모습이 보도됐다.
감금증후군으로 병상에 누워 손, 발 어느 것도 움직이지 못하고 가족과 의사소통도 못하는 사람이 이제는 자신의 의지대로 전동휠체어와 보행로봇을 움직여서 다니고 로봇팔을 이용해 식사하고 로봇 손가락 끝의 감촉을 느끼는 것도 가능해진 것이다. 무인 자동차기술이 발전하면 비(非)장애인처럼 자동차를 타고 원하는 곳에 오갈 수 있는 등 이동능력에도 차이가 없어질 것이다.
뇌·기계 인터페이스 기술은 장애인 재활에서 출발했지만 뇌파의 측정과 신호처리를 이용해 상업적으로 게임, 엔터테인먼트산업에 응용되기 시작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도 뉴럴링크를 설립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한다고 보도된 바 있다. 뇌파를 측정해 활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뇌에 새로운 정보를 칩 형태로 이식해 외국어도 간단히 구사할 수 있게 하는 등 인공지능에 대항해 뇌 기능을 향상하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머스크의 이런 구상에 많은 과학자는 기술적인 면이나 윤리적인 면에서 회의와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장애인을 위한 새로운 기술 개발은 다양한 학문의 융합을 통해 실현된다. 이런 기술 발전의 혜택은 장애인만 보는 것이 아니고 인류 전체의 생활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것이다. 다이빙 벨에 갇힌 나비를 날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은 나비만 날 수 있게 하는 힘이 아닌 것이다.
방문석 < 서울대 의대 교수·재활의학 >
주인공 장 도미니크 보비는 ‘감금증후군(locked-in syndrome)’으로 온몸이 마비돼 한쪽 눈꺼풀만 깜빡일 수 있을 뿐이었다. 감금증후군 환자는 뇌간이라는 뇌의 하부가 손상돼 의식과 사고는 멀쩡하지만 마비로 한쪽 눈 깜빡임밖에는 전혀 꼼짝할 수 없는 중증장애인이다. 주인공은 그 상황을 깊은 바닷속의 다이빙 벨에 갇혀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없는 외부와 단절된 상황으로 표현했다.
보비는 헌신적인 언어치료사의 도움을 통해 눈 깜빡임으로 알파벳 하나하나를 선택해 자신의 수기인 잠수종과 나비를 쓰기 시작했다. 15개월 동안 20여만 번의 눈 깜빡임으로 1997년 130페이지 분량의 감동적인 소설을 완성했다. 그러나 그는 아쉽게도 출간 열흘 뒤 사망했다. 영화에서 주인공은 당시 세계 패션계의 최고 지위에 있던 명사답게 1990년대 중반 프랑스에서 최고의 의료서비스를, 특히 재활서비스를 받는 것으로 묘사된다. 감동적인 실화도 주인공이 당시 최고의 재활서비스를 받았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20년이 지난 지금 뇌과학과 재활공학의 발달은 다이빙 벨에 갇힌 나비와 같은 존재로 묘사되는 중증장애인에게도 새로운 재활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해주고 있다. 뇌·컴퓨터 인터페이스 또는 뇌·기계 인터페이스가 대표적인 시도다. 마비로 의사소통이 불가능한 감금증후군, 루게릭병으로 대표되는 다발성 축삭경화증, 중증 척수손상, 근육병, 신경질환 환자들이 그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뇌에 삽입된 전극을 통해 뇌파를 측정, 컴퓨터로 신호처리를 해 로봇팔, 휠체어 등 다양한 기계를 환자 자신의 수족처럼 조절하는 방법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뇌과학, 로봇공학, 데이터처리 등 다양한 학문과 신경외과 전문의, 재활의학과 전문의, 재활치료사 등 전문가들이 함께해야 한다. 앤드루 슈워츠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는 원숭이 뇌에 전극을 삽입한 뒤 생각만으로 로봇팔을 움직여 먹이를 먹을 수 있도록 한 기술을 2008년 발표했다. 이후 피츠버그대와 브라운대에서는 실제 중증장애인의 뇌에 뇌파측정 전극삽입수술을 시행했다. 이 수술을 받은 중증장애인이 로봇팔을 움직여 직접 음식을 먹고 동료와 손도 잡는 상황을 실현했다. 이는 논문으로 발표됐고 방송에서도 보도됐다. 작년 10월에는 버락 오바마 당시 미국 대통령이 피츠버그대를 방문해 뇌에 전극을 삽입한 척수손상 장애인이 생각만으로 움직이는 로봇팔을 잡고 악수하는 모습이 보도됐다.
감금증후군으로 병상에 누워 손, 발 어느 것도 움직이지 못하고 가족과 의사소통도 못하는 사람이 이제는 자신의 의지대로 전동휠체어와 보행로봇을 움직여서 다니고 로봇팔을 이용해 식사하고 로봇 손가락 끝의 감촉을 느끼는 것도 가능해진 것이다. 무인 자동차기술이 발전하면 비(非)장애인처럼 자동차를 타고 원하는 곳에 오갈 수 있는 등 이동능력에도 차이가 없어질 것이다.
뇌·기계 인터페이스 기술은 장애인 재활에서 출발했지만 뇌파의 측정과 신호처리를 이용해 상업적으로 게임, 엔터테인먼트산업에 응용되기 시작했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도 뉴럴링크를 설립해 뇌·컴퓨터 인터페이스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한다고 보도된 바 있다. 뇌파를 측정해 활용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뇌에 새로운 정보를 칩 형태로 이식해 외국어도 간단히 구사할 수 있게 하는 등 인공지능에 대항해 뇌 기능을 향상하는 것을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머스크의 이런 구상에 많은 과학자는 기술적인 면이나 윤리적인 면에서 회의와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장애인을 위한 새로운 기술 개발은 다양한 학문의 융합을 통해 실현된다. 이런 기술 발전의 혜택은 장애인만 보는 것이 아니고 인류 전체의 생활 패러다임을 변화시킬 것이다. 다이빙 벨에 갇힌 나비를 날아갈 수 있게 하는 힘은 나비만 날 수 있게 하는 힘이 아닌 것이다.
방문석 < 서울대 의대 교수·재활의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