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군용(軍用) 반도체 믿을 수 있나
최근 러시아 정부가 러시아의 인터넷 보안 기업 카스퍼스키와 함께 사이버 해킹을 시도했다는 사실이 폭로됐다. 인터넷 보안과 관련해 적성 국가의 기업에 의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 연방정부와 의회는 기업 및 정부 기관들이 러시아산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기 위한 작업을 의욕적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미국의 국가 안보 인프라는 여전히 취약점이 많다.

헬기용 칩에서 중대 결함 발견

컨설팅회사 맥킨지는 2014년 분석보고서를 통해 미국 내 개인 컴퓨터의 50%, 기업들이 사용하는 솔루션의 30~40%가량이 중국산이라고 밝혔다. 최근 수년간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중국 현지 생산을 빠른 속도로 늘렸다. 중국 내 저임금 인력을 활용해 생산 단가를 낮추고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하지만 이런 행동들은 언젠가 미군에는 부메랑이 돼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조지프 던퍼드 미 합참의장은 “인구 구성이나 경제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중국은 2025년이면 미국에 최대 위협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마이클 폼페오 미 중앙정보국 국장도 지난 7월 비슷한 얘기를 했다.

2011년 미 해군 헬리콥터에 쓰인 마이크로칩은 미사일 발사를 막을 수 없는 결함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칩이 중국산이어서 해당 결함이 고의적인 조작에 따른 것이란 강한 의구심이 제기됐다. 적의 군사장비 무력화는 길고 다채로운 역사를 갖고 있으며, 이는 미국의 군사적 우월성을 무력화하려는 중국의 전략 목표에도 부합한다.

수사 후 해군은 이 결함이 의도된 것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이 문제로 중국에서 생산된 전자제품 품질에 대한 우려가 높아졌다. 중국제 모조칩은 미국 군대, 정비기관, 미사일 방어국에 영향을 미치는 만성 문제가 됐다. 공급망이 늘어지고 출처를 알 수 없으면 군사용 마이크로칩의 신뢰성과 출처를 검증하는 게 거의 불가능해진다.

국방부는 공급망에 숨어드는 가짜를 잡아내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실험하고 있으며 이를 취급하는 중개상에 법적 조치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국방부 고등연구기획국(DARPA)이 모조품을 줄이는 데 성공하더라도 미국은 여전히 합법적인 중국 업체가 고의적으로 결함품을 집어넣는 데는 취약하다.

미국 내 마이크로칩 제조 산업을 유지하는 것은 국가 안보에 중요하지만 시장의 힘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다. 만약 해외에서 부품을 사들이는 게 더 싸다면 방위산업체로서는 다른 인센티브가 없을 것이다.

군사용 칩은 미국에서 생산해야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 모두 반도체산업의 이 같은 특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투자자들이 미국 칩 제조사를 인수하는 것을 막았다. 하지만 미국 기업의 인수를 막는 것만으로 중국산 부품 의존도를 낮출 수 없다. 미국 제조업체들이 중국에 공장을 세우는 것을 막을 수도 없다.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선 미국과 동맹국들이 생산시설을 미국 내에 두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비군사부문에서도 반도체 설계와 생산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글은 대니얼 니데스 작가(전 미국 해병대 대위)가 ‘Don’t Trust the Chinese to Make Microchips for the Military’라는 제목으로 쓴 칼럼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