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완의 데스크 시각] 아마존의 단순한 질문
아마존에서 과거 구매한 책을 다시 클릭하면, 언제 구매한 기록이 있는데 또 구입하는 게 맞느냐는 질문이 뜬다.

이 질문은 단순해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유통기업의 성패를 좌우할지도 모르는 강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고객 만족’을 넘어 ‘고객 집착’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아마존은 ‘고객 후회’를 최소화하기 위해 소비자들이 생산하는 데이터를 활용하며 미래 유통의 모습을 그려 가고 있다.

시어스에서 아마존까지

유통업은 보다 많은 정보를 기반으로 소비자들이 더 빨리, 더 많은 제품을 구매하게 하는 방향으로 발달해 왔다. 동네 가게엔 가게 주인의 물품 재고 목록과 판매장부 등이 데이터의 전부였다. 소비자들의 선택 폭도 상점 매대 폭만큼이었다. 미국에선 약 150년 전 몽고메리 워드, 시어스 로벅 같은 카탈로그 판매업자들이 생겨났다. 수천 가지 제품이 찍힌 상품소개서를 보낸 뒤 물건을 주문받아 배송하는 방식으로, 이들은 어느 지역에서 어떤 물건이 많이 팔리는지 데이터를 갖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효율적인 물류와 배송을 위해 지역마다 오프라인 매장을 냈다. 우편번호(ZIP코드) 제도가 생기면서 가구별 데이터를 분석할 수 있게 됐고, 신용카드 등장으로 개인소비 패턴에 대한 정보량이 증가했다. 데이터 분석 전문 회사들이 생겨났다. 1990년대 이후 아마존 등 온라인 소매업체들은 빅데이터에 기반한 타깃 마케팅을 본격화했다. 아마존은 ‘모든 것을 파는 상점(everything store)’일 뿐 아니라 ‘모든 것을 저장하는 상점(saving everything store)’으로도 표현된다.

아마존뿐 아니라 페이스북 카카오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기업들도 엄청난 양의 이용자 데이터를 활용해 쇼핑, 음식 배달 서비스 등으로 사업을 확대해 가고 있다.

요즘은 모바일기기로 뭔가를 검색하고, 길을 찾기 위해 위치 정보를 공유하고, 온라인몰에서 물건을 사고, SNS에서 친구들과 대화하고, 이 모든 일상적인 활동이 ‘나’에 대한 데이터를 생성한다. 센서가 모든 것을 연결하는 시대가 되면 ‘나’의 움직임 자체가 데이터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이런 데이터가 맥락(context)에서 해석되면 소비자 스스로 깨닫지 못하는 욕구까지 끄집어내는 마케팅이 가능해진다.

일거수일투족이 기록되고 저장되는 환경에 거부감이 들 때가 있다.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터지면 불안해진다. 하지만 개인정보 제공이나 활용을 제한하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은 이미 비현실적인 상황이 돼 버렸다. 온라인 사이트 가입 때마다 선택 옵션은 최대한 빼버리려고 해도, 뭔가 불편하고 손해를 볼 것 같아 결국 ‘동의’하는 경우가 많다.

커지는 소비자 영향력

이런 현실에선 소비자들이 ‘내가 제공한’ 정보가 ‘나를 위해’ 활용된다고 느끼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아마존의 질문은 나를 위한 질문이라고 느끼게 한다. 음악도 마찬가지다. 특정 음악 앨범에서 한 곡을 산 뒤, 나중에 앨범 전체를 사려고 하면 먼저 구매한 곡의 값은 자동으로 빠지고 결제가 이뤄진다. 아마존의 성장은 이런 집착의 결과물일지도 모른다.

아마존의 전 최고과학자 안드레아스 웨이겐드는 개개인이 적극적으로 공동의 데이터 생산자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디지털 생태계에서 소비자들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점점 더 많은 소비자들이 광고보다 다른 소비자들의 구매 후기를 신뢰한다. 데이터 공급자이기도 한 소비자들에게 적절한 보상과 더 많은 혜택을 고민하는 기업들이 선택받는 시대다.

박성완 생활경제부장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