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사장단 인사와 후속 조직개편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와 맞닿아 있다. 지난 3월 해체된 그룹 컨트롤타워 미래전략실의 대안을 제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전자 계열사들의 중장기 경영 전략과 경영진 인사 평가를 총괄할 조직을 신설하고 이를 담당할 임직원들도 상당 부분 내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삼성SDI, 삼성SDS 등 전자 계열사를 사실상 총괄하는 조직이다. SK그룹처럼 사장단 협의체(수펙스추구협의회)를 두는 방안을 포기한 것은 ‘미래전략실의 부활’이라는 비판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전략·인사 총괄 조직' 신설
이 때문에 사장급 조직이지만 규모는 최소한으로 운영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미래전략실이 수행하던 전략 기획 인사 법무 커뮤니케이션 경영진단 금융일류화 등 7개 기능 중 전략과 인사 등 꼭 필요한 기능만 가져왔다. 정현호 전 미래전략실 인사팀장(사장)이 유력한 적임자로 거론된다.

이사회 위상과 역할 강화도 이번 인사의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삼성전자는 신설할 전략·인사 총괄 조직을 이사회 직속으로 두는 방안을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기업에서 일반화된 ‘최고경영자(CEO) 후계 프로그램’도 검토하고 있다.

CEO 후보자를 1순위(당장 기용할 수 있는 인재)와 2순위(중장기 CEO 재목) 등으로 나눠 정기적으로 평가하고 이사회에 보고하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삼성생명 등 금융 계열사들은 2013년부터 이 같은 방안을 도입했다. CEO와 이사회 의장직 분리는 이사회에 대한 주주들의 신뢰를 높이고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적임자를 찾지 못하면 인사 시점이 내년 3월 주주총회로 미뤄질 가능성도 열려 있다.

삼성그룹은 앞으로 상당 기간 전자, 생명, 물산 등 3개 소그룹 중심으로 운영될 전망이다. 각 소그룹을 대표할 CEO들이 이미 내정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