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오는 31일 대규모 세대교체 인사에 나설 전망이다. 권오현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격 퇴진하기로 하면서 사장단을 중심으로 큰 폭의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삼성발(發) 인사태풍의 영향이 현대자동차 SK LG 등 4대 그룹을 포함한 재계 전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삼성과 현대차는 각각 오너 부재와 실적 부진 등으로 인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인사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다. SK는 실적이 좋은 계열사 중심의 승진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LG는 휴대폰 등 부실사업 사령탑의 변동 여부가 관심사다.
세대교체 나선 삼성… 4대그룹 '쇄신·발탁인사' 이어지나
■ 삼성

삼성은 권 부회장의 퇴진과 맞물린 대규모 세대교체 인사가 단행될 것이란 예상이 우세하다. 실제 인사 수요도 많다. 삼성은 2014년 이건희 회장이 지병으로 쓰러진 뒤 사장단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작년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터지면서 인사를 아예 건너뛰었다.

삼성전자 내부에선 과거 인사 관행에 따라 만 60세가 넘고 재직 기간이 3~5년 이상인 경영진이 교체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전직 최고경영자(CEO)는 “급변하는 글로벌 정보기술(IT)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현 사장단의 평균 연령을 10년 이상 낮출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삼성그룹 17개 주요 계열사 사장단(대표이사 부사장 포함)급 전문경영인 32명 중 60세 이상 경영자 비중(내년 나이 기준)은 21명으로 66%에 달한다.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금융과 물산부문 사장단 인사도 잇따를 전망이다. 생명 화재 카드 증권 자산운용 등 금융부문 계열사들은 장수 CEO가 많아 절반 이상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래전략실이 해체되면서 과거처럼 삼성전자 출신 임원을 금융 계열사로 내려보내는 관행도 사라질 전망이다.

■ 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은 올 들어 중국과 미국 등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그룹 전반의 쇄신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예상되고 있다. 내년 해외 생산·판매법인 통합 등 글로벌 조직 개편과 맞물려 임원 인사 폭이 커질지 모른다는 전망도 나온다. 국내외 조직을 수술하는 과정에서 인사 수요가 커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인사 폭이 커지면 올 연말 또는 내년 초 부회장 및 사장단 인사가 이뤄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일부 전문경영인 출신 부회장들의 교체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현재 그룹 내 부회장은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을 포함해 총 9명이다. 부회장 일부가 바뀌면 사장단도 연쇄적으로 인사 대상에 오를 수 있다. 현대차그룹 내 사장급 임원은 그룹 총괄부문과 계열사 대표 등을 합쳐 20여 명이다. 다만 현대차그룹의 사장급 이상은 수시 인사가 많아 정확한 시기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부사장급 이하 정기 임원 인사는 올 연말 단행될 예정이다. 승진자 수는 올초 이뤄진 임원 인사 때보다 5~10% 적을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현대·기아자동차의 글로벌 판매량이 연초 세운 글로벌 판매 목표(825만 대)에 크게 못 미치는 750만 대를 밑돌 것이란 예상이 나올 정도로 실적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 SK

SK그룹은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을 중심으로 대규모 승진 인사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많다. 일본 도시바반도체 지분 투자 등으로 그룹 내 위상이 높아진 SK하이닉스는 임원 수를 늘릴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에너지 부문 중간지주사인 SK이노베이션도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전기차 배터리와 화학부문에서 대거 승진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김준 SK이노베이션 사장이 겸임하고 있는 정유부문 자회사인 SK에너지는 효율적인 사업 관리를 위해 새 대표를 선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SK(주) SK텔레콤 SK네트웍스 등 주력 계열사는 대표를 대거 교체한 만큼 올해 인사 수요는 많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 LG

LG그룹 주요 계열사의 연간 영업이익은 올해 처음 10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 디스플레이 화학 등 주력 계열사가 모두 선전한 덕이다. 예년에 비해 인사 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다만 장기 실적 부진에 빠진 휴대폰(MC)사업부에 대해 어떤 해법을 내놓을지는 관심이다. 계열사 장수 CEO 교체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그룹 전반적으로는 구본무 회장이 동생인 구본준 부회장에게 그룹 실무를 맡기되 인사 등 핵심 안건은 직접 챙기는 현 체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그룹 실무를 맡은 구 부회장의 역할은 올 들어 점점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미국 방문에 LG를 대표해 참가했고, 상·하반기 그룹 경영진 전략회의를 주재하는 등 보폭을 넓혀왔다.

장창민/좌동욱/김보형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