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침묵' /사진=최혁 기자
영화 '침묵' /사진=최혁 기자
보이는 것이 모두 진실은 아니다. 가장 완벽한 날, 모든 것을 잃은 한 남자가 있다. 아름다운 약혼자가 살해당하고 그 용의자는 자신의 딸이 지목된다. 흥미진진한 설정과 드라마틱한 스토리, 최민식 주연의 영화 '침묵'의 이야기다.

이 영화는 1999년 장편 데뷔작 '해피엔드'라는 치정극으로 한국 영화계에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정지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해피엔드' 이후 18년만에 최민식과의 조우다.

24일 서울 용산구 CGV 아이파크몰점에서 열린 영화 '침묵'(정지우 감독)의 언론시사회에서 정 감독은 "큰 얼개는 범인을 찾는 법정 드라마"라면서 "최민식의 감정선을 짐작하며 따라가다보면 몇 배쯤 즐겁게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영화를 소개했다.

'해피엔드'와는 조금 달라진 감독의 세계관이 엿보였다. 그는 "이 영화는 치정보다 인간이 조금씩 나아지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여러가지 결함이 드러나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노력을 포기하지 않으면 더 나은 형태의 인간으로 성숙해질 수 있다는 것을 믿고 그를 그려보고 싶었다"라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침묵'은 약혼녀 유나(이하늬)가 살해당하고 그 용의자로 자신의 딸이 지목되자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쫓는 남자 임태산(최민식)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인생에서 실패해 본 적 없고 돈이 곧 진심이자 권력이라고 믿는 임태산이 사건을 쫓는 모습은 인물의 캐릭터적 특성과 만나 긴장감을 더한다.

정지우 감독은 "최민식 선배와 '해피엔드' 이후 굉장히 긴 시간 이 지나 다시 만났다. 디렉션을 주기보다는 머리를 맞대고 캐릭터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최민식 선배와 젊은 배우들의 조합이 매우 흥미진진하게 나온 것 같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최민식이 깔아놓은 연기 대잔치…11월은 '침묵' 불가
감독의 말처럼 '침묵'은 매 작품 명연기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최민식부터 박신혜, 류준열, 이하늬, 박해준 등 세대별 실력파 연기자들의 앙상블이 백미다.

최민식은 이 영화에서 가장 완벽했던 어느날 사랑하는 약혼녀가 죽고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로 딸이 지목되자 모든 것을 잃을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는 임태산 태산그룹 회장으로 분했다.

그동안 그는 '악마를 보았다',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 '명량' 등을 통해 넓은 연기 스펙트럼과 흥행력을 인정받아 왔다. '침묵'을 통해 최민식은 '해피엔드' 이후 18년만에 정지우 감독과 조우하게 됐다.

하지만 최민식은 이를 "아우님들의 덕"이라고 공을 모두 돌렸다. 그는 "극중 '이 세상 절대 혼자 못산다'라는 대사가 있다. 영화에선 임태산을 중심으로 돌아가지만 박신혜, 이하늬, 류준열, 이수경 등 똑똑하고 영리하고 매력적인 아우들과의 호흡은 굉장히 큰 덕이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돈 밖에 모르는 임태산 캐릭터에 대해 "돈에 대한 반복적인 언급으로 씁쓸하고 유머러스하게 어필이 되길 바랬고, 관객의 반응을 예상하며 연기했다. 우리는 돈이 전부가 아니라고 머리로 이해는 하고 있지만 이 세상 돈이 전부라고 알고 살고 있다. 냉혹하고 거침없이 살았던 남자가 비로소 자신의 소중한 것을 잃고 내몰리게 됐을때의 느낌을 잘 살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영화 '침묵' /사진=최혁 기자
영화 '침묵' /사진=최혁 기자
대선배인 최민식과의 연기에 후배 배우들은 촬영 당시의 감동을 잊지 못했다. 변호사 최희정 역의 박신혜는 "최 선배와 첫 촬영에서 첫눈이 와서 '첫눈이네요'라는 대사가 생겼었다. 굉장히 긴장을 많이 하고 떨었던 기억이 난다"라고 회상했다.

살인 사건의 목격자 김동명을 연기한 류준열은 "배우 대 배우, 인물 대 인물로 만나 컷 소리가 나는 순간 짜릿함을 경험했다"라며 "카메라가 돌고 연기하는 순간 누구보다 임태산으로 보였고 제가 김동명으로 서 있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게 연기하는 재미구나, 이런 것 하려고 배우가 됐구나 라는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라고 강조했다.

최민식과 연인 호흡을 맞춘 이하늬는 "개인적으로 가문의 영광이라 생각한다. 최민식 선배와 신을 온전히 만든다는 것을 상상하며 들어갔다. 다른 작품에 비해 많은 신이라고 할 수 없는데도 깊이 있게 캐릭터를 구연해내고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는 장을 열어주셨다"라고 설명했다.

또 "명배우심이 당연하지만 이번 작품에선 눈에서 살기가 아니라 사랑스럽고 사랑할 수 있는 남자의 눈을 봤다. 소년의 눈이다. 촬영할 때 사랑하는 태산으로 온전하게 계셨기에 너무 행복하게 촬영했다"라고 덧붙였다.

영화는 살해된 약혼녀, 용의자가 된 딸, 변호사와 검사, 목격자까지. 사건의 진실을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의 시점에서 조금씩 형태를 드러내는 사건의 실체는 숨 막히는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마지막까지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오는 11월 2일 개봉.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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