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리버여행기》는 흔히 소인국과 대인국 얘기만 알고 있지만 그 내용만 있는 게 아닙니다. 16년간의 여행기를 담고 있어 6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책이죠.”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4일 한경 밀레니엄포럼 기조강연에서 아주대 총장 시절 운영한 ‘총장 북클럽’이란 모임을 소개했다. 김 부총리가 매달 책 한 권을 선정해 학생 20명에게 선물하고 함께 독서토론을 하던 모임으로, 2015년 9월부터 그가 부총리로 지명돼 아주대를 떠나기 직전인 올해 4월까지 운영됐다. 《걸리버여행기》는 이 모임에서 읽은 첫 번째 책이다. 그는 이 외에도 《다윗과 골리앗》 《익숙한 절망 불편한 희망》 《담론》 《그리스인 조르바》 《특혜와 책임》 《정해진 미래》 《돈키호테》 《프랭클린 자서전》 등 다양한 책을 ‘총장 북클럽 도서’로 선정했다.

김 부총리는 “나를 곤혹스럽게 한 책도 있었는데 그건 바로 소설가 한강의 《채식주의자》였다”고 회고했다. 세계적 문학상인 ‘맨부커상’을 받았다는 뉴스만 듣고 작년 6월의 총장 북클럽 도서로 선정했지만 나중에 읽어 보니 그조차도 책의 내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김 부총리는 “주인공이 어떤 이유로 채식주의자가 됐지만 가족 등 주변에선 그에게 육식을 강요하는 내용이 나온다”며 “저자의 생각은 아직도 잘 모르겠지만 내 나름대로 육식은 우리 사회의 시스템과 제도로 해석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는 지나친 이념 논쟁에 빠져 채식주의자에게 육식을 강제하는 것은 아닌지, 나 자신도 내 선입견과 사고 틀을 남에게 과도하게 주장한 것은 아닌지 반성하는 계기가 된 책”이라고 소개했다.

김 부총리는 아주대 총장 시절 도입한 ‘파란학기제’(학생 스스로 도전 과제를 정해 학점을 받도록 하는 학사제도)가 학생들 반응이 좋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학생들이 원하는 것을 맘껏 도전하고 실패도 해보라고 도입한 제도”라며 “공무원이 정말로 내가 원하는 직업인지 확신하지 못했던 내 젊은 날에 대한 반성에서 만든 것”이라고 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