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적인 카메라 제조업체 니콘의 올 4~9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30% 줄어든 것으로 추정됐습니다.

영업이익이 일년새 3분의1이나 줄었다면 다른 회사 같았으면 난리가 났을 것입니다. ‘위기론’과 ‘비관론’이 팽배했겠지요. 그런데도 니콘을 바라보는 일본 언론들의 반응은 ‘안도’에 가깝습니다. 실적악화 규모가 당초 예상보다는 작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 상반기(2017년 4~9월기) 니콘의 국제회계기준 연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0%가량 줄어든 190억엔 가량으로 추산됐습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감소한 3400억엔 수준으로 점쳐졌습니다.

부진한 성적표지만 ‘불행 중 다행’이라는 시선이 많습니다. 당초 올 상반기 니콘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37% 줄어든 170억엔, 매출은 4% 감소한 3310억엔으로 예상됐는데 이같은 전망치에 비하면 양호한 ‘성적표’를 거뒀다는 이유에섭니다.

니콘은 지난해 최악의 한해를 보냈습니다. 우수한 성능의 카메라를 탑재한 스마트폰 보급 확대로 시장이 잠식된 탓이 컸습니다. 카메라 사업 부진으로 니콘은 지난해(2016년 4월~2017년3월) 순이익이 전년 대비 86.8% 감소한 39억엔을 기록했고 매출액은 10.9% 줄어든 7492억엔으로 쪼그라들었습니다.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97.8% 감소한 7억7400만엔에 불과했습니다. 하반기엔 상반기에 번 영업이익을 사실상 다 까먹은 것입니다. 캐논의 경우, 스마트폰에 의한 시장잠식에 대비해 일찍부터 디스플레이장비, 의료기기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지만 상대적으로 디지털카메라 비중이 높은 니콘은 타격이 더 컸습니다.

그 결과, 대대적인 구조개혁으로 살길을 찾아 나섰습니다. 카메라와 반도체, 현미경 등 3개 사업부를 광학기술 설계사업으로 통합했고 1000명의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등 인력 구조조정에도 나섰습니다. 지난해 출시한 고급형 디카 3종의 판매도 중단했습니다. 창립 100주년을 우울하게 맞이했던 것입니다.

그럼에도 앞날을 장담하지 못했습니다만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실적이 ‘선방’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일본 언론들은 니콘의 뼈아픈 구조조정이 벌써 효과가 나오기 시작했고, 디지털카메라 판매가 바닥을 찍은 덕이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일본 카메라영상기기공업회에 따르면 니콘, 캐논 등 일본 카메라 제조사를 중심으로 한 일본내 디지털 카메라 총 출하액수가 올 1~8월에 전년 동기 대비 23% 늘었다고 파악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영향으로 전반적인 대당 판매가는 감소 경향이 있지만 대신 고부가 가치 고기능 기종이 상대적으로 인기를 보이며 만회했다고 합니다. 스마트폰 보다 뛰어난 고기능을 찾는 고객이 적지 않다는 얘기 입니다.

여기에 니콘의 경우, 유럽과 미국에서 교환렌즈 수요가 꾸준해 손실폭을 어느정도 줄이는데 도움이 됐다고 합니다.

광학기술 분야에서 탄탄한 입지를 바탕으로 높은 명성을 누리던 니콘 같은 회사도 시장변화로 순식간에 휘청이는 모습을 보면서 시장의 무서움을 느낍니다. 그런데 니콘과 같은 전통 카메라 업체의 위기는 이제 다 넘긴 것일까요. 아니면 순간의 평온에 불과한 것일까요.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