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공연 음악 등 문화시장에서 인터넷 댓글과 후기를 통한 ‘평점 조작’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고 한다. 16일자 한경 보도(A1면)에 따르면 돈 받고 평점을 조작하는 전문업체가 서울 강남에만 수십 곳에 달한다는 것이다. “감동 댓글 300개에 150만원” “1억원이면 음반 차트 순위권 진입 가능” 등의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다.

이들 업체는 한 ID, 혹은 여러 개 ID로 수많은 후기나 댓글을 중복해 올려 평점을 조작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댓글의 절반가량이 조작된 경우도 있었다. 소비자를 기만하는 명백한 범죄행위다. 표시광고법 위반일 뿐 아니라 형법상 업무방해죄로 5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 벌금 대상이다. 기타 법률 위반으로 더 무거운 벌에 처해질 수도 있지만 제대로 된 단속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뜨는 실시간 검색어 순위 역시 사실상 조작되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한다. 지난 14일 낮 12시20분~오후 1시께 국내 대표 포털 두 곳에 모두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오른 ‘힘내세요 김이수’가 그런 경우다. 국회에서 임명 동의를 받지 못한 김이수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국정감사장에서도 질타를 받자 친여 성향 네티즌과 더불어민주당 디지털대변인이 ‘힘내세요 김이수’를 집중 검색하자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사전 모의하고 실천한 결과다.

포털 접속자 상당수는 무심코 실시간 검색어 상위 단어를 클릭한다. 많은 이가 관심을 갖는 핫이슈며 여론의 향배를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조작되는 경우도 많다니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일부 정치세력에 의한 조직적 여론 조작에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시간 검색어 조작은 ‘평점 조작’과는 달리 처벌 방법도 마땅치 않다.

어떤 경우든 불특정 다수 국민을 의도적으로 속인다는 점에서 비난받아 마땅하며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관행들이다. 사회적 의사결정이 ‘소셜관계망’의 영향을 깊게 받는 디지털 시대에 생명과도 같은 ‘신뢰자본’을 망가뜨린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평점 조작처럼 명백한 위법행위는 단속 및 처벌을 강화해 일벌백계하고 포털의 자율 정화 기능 역시 대폭 보강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