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폐청산 공방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과 MB의 '엇갈린 기억'
문재인 정부의 적폐 청산 칼끝이 박근혜 정부를 넘어 이명박(MB) 정부까지 향하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16일 MB에 대한 수사 가능성을 열어놨다. 박 장관은 법무부 국정감사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도 혐의가 확인되거나 증거가 나온다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가’라는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질문에 “수사 대상에서 제외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박 장관은 또 “구체적 혐의로서 수사 단서가 발견된다면 최대한 수사를 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범죄 혐의가 드러나면 (검찰이) 적절히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MB를 반드시 포토라인에 세우겠다”는 여권 핵심부의 의지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정치권은 해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MB가 각각 책에서 밝힌 두 사람 사이에 엇갈린 기억이 눈길을 끈다. 문 대통령의 저서 《운명》에 따르면, MB는 2008년 초 당선인 시절 두 번 노무현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MB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위해 도와줄 것과 한·미 소고기 협상을 임기 중에 타결해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청와대 비서실장이던 문 대통령도 이 자리에 배석했다.

노 전 대통령은 그때 MB에게 소고기를 먼저 풀면 우리 국회의 FTA 비준에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에 FTA 비준을 먼저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고기 협상을 뒤로 미뤄 미국 측 의회 FTA 비준과 맞교환하는 식의 협상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여기까지는 문 대통령과 MB의 기억이 일치한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조언’을 두 사람은 다르게 해석했다. 문 대통령은 “이명박 당선인도 그 자리에서는 그와 같은 노 대통령의 말에 공감을 표한 바 있었다”고 했다.

반면 MB는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에서 “이로써 한·미 소고기 협상을 마무리짓고 떠날 의사가 없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며 “혹시나 하는 일말의 기대를 안고 찾아갔지만 뒷맛이 씁쓸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2008년 소고기수입 반대 촛불시위에 대해서도 각각 책에 풀어놨다. 이 전 대통령은 “집회가 정권 퇴진 주장 양상으로 변하자 일각에서는 17대 대선 결과에 승복하지 못한 ‘대선 불복 세력’이 집회를 주도한다는 분석도 나왔다”며 “정치 세력들이 집회에 개입한 것은 확실해 보였다”고 주장했다.

문 대통령은 “촛불시위의 배후로 우리를 의심했다는 얘기 역시 한참 뒤에 알게 됐다. 정말 놀라운 상상력이고 피해의식이었다”며 “(노무현) 대통령도 우리도 촛불시위의 후속 대응이 정치 보복이고, 보복의 칼끝이 우리에게 향하리라고는 상상조차 못했다”고 했다. 미국산 소고기 수입 반대집회를 계기로 노무현 정부 인사에 대한 마구잡이식 뒷조사가 시작됐다는 게 문 대통령의 기억이다.

조미현/김주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