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훈 SADI 원장 "디자인 통해 미래 살펴볼 기회 마련했죠"
“디자인이란 렌즈를 통해 앞으로 우리가 살아가게 될 미래의 모습을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보여주려 했습니다.”

서울 논현동 SADI(삼성아트앤디자인인스티튜트) 원장실에서 만난 장동훈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 겸 SADI 원장(사진)은 “4차 산업혁명은 물론이고 기후변화, 인구절벽, 저성장 등으로 인해 미래에 대한 사람들의 불안과 두려움이 그 어느 때보다 크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미래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지 다 같이 상상해보고 대비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지난달 8일 개막해 오는 23일 폐막하는 제7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의 주제는 ‘미래들’. 광주비엔날레전시관과 시립미술관, 국립아시아전당 등에서 △오래된 미래 △미래를 디자인하자 △미래를 창업하자 △아시아 더 퓨처라는 세부 항목으로 나뉘어 전시가 열리고 있다. 짝수년에는 순수예술을 주제로 한 광주비엔날레가, 홀수년에는 실용적인 디자인을 주제로 한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개최된다.

장 총감독은 “이전엔 광주디자인비엔날레도 문화·예술 비중이 커 광주비엔날레와 뭐가 다르냐는 소리를 들었다”며 “올해엔 추상적인 예술보다 확실하게 삶의 모습을 보여주고, 산업 쪽 비중도 대폭 늘렸다”고 설명했다. 올해 광주디자인비엔날레에선 일반 디자이너와 디자인 관련 학교 작품 외에 기업들이 선보인 미래 제품을 쉽게 볼 수 있다. 현대차는 걸음이 불편한 사람을 도와주는 ‘착용형 로봇’을 선보였고, 미국 스포츠 의류·신발업체 언더아머는 3차원(3D)프린터로 제작한 신발을 전시했다. 쉽고 친근한 전시 덕에 지금까지 20만 명 이상이 전시장을 찾았다.

장 총감독은 “디자인의 역할도 바뀌고 있다”며 “디자인은 이제 디자이너만의 것이 아니라 기업 경영자의 핵심 능력이 됐다”고 했다. 제품 그림을 예쁘게 그리는 것만이 디자인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그는 “디자인은 사람을 매혹시키는 스토리와 경험,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이라며 “인간에 대한 성찰과 관찰이 디자이너의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했다. 디자인 전시회에서 미래를 얘기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미래학자와 공학자, 과학자도 앞으로의 세상을 제시하지만 디자이너는 이들과는 또 다른 관점으로 미래를 본다는 것이다. 그는 “디자인은 본질적으로 없는 것을 생각해내고 미래를 꿈꾸는 행위”라며 “특히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숨겨진 욕구와 니즈를 찾아내는 데 강점이 있다”고 했다.

그는 미래를 살아갈 사람에겐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배우고 시대에 맞춰 변화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본인이 그런 본보기란다. “저는 1980년대 대학(서울대)에서 시각디자인을 배웠어요. 컴퓨터도 없고 다 손으로 그리던 때죠. 그러다 미국 시카고예술대로 유학 가선 전공과 무관하게 강좌명에 ‘컴퓨터’가 들어간 수업은 다 들었어요. 1995년엔 HTML(웹페이지 제작용 컴퓨터 언어)을 배웠고요.” 이는 그가 삼성 스마트폰 디자인을 총괄할 수 있던 원동력이 됐다. 그는 2014년까지 삼성전자 무선디자인팀장(부사장)을 맡으면서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2’ 등의 디자인을 총괄했다. 당시 1000명이 넘는 디자이너가 그의 밑에서 일했다.

장 총감독은 “세상이 바뀌더라도 디자인은 결국 인간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갤럭시노트’가 그런 예라고 했다. 사람들이 스마트폰과 수첩을 둘 다 들고 다니는 것을 보고 둘을 합친 새로운 개념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