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숙 이덴트 대표가 치과에 공급하는 1회용 장갑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정은 기자
신선숙 이덴트 대표가 치과에 공급하는 1회용 장갑을 들어보이고 있다. /김정은 기자
신선숙 이덴트 대표는 한때 미국에서 유학하는 3남매를 뒷바라지하던 ‘기러기 엄마’였다. 건강교육을 전공한 뒤 교수를 꿈꿨으나 현실은 가정주부였다. 아이들을 키워놓은 뒤 한국에 돌아왔지만 마음 한구석이 헛헛했다. 치과의사인 남편은 1999년 치과재료 온라인몰인 이덴트를 창업했으나 생업에 밀려 사업은 방치돼 있었다. 이 쇼핑몰을 제대로 해 보고 싶었다. 2010년 회사에 합류하고 2012년 대표로 취임해 사업을 확장시켰다. 이덴트는 국내 선두 치과재료 도소매업체로 성장했다. 이 같은 업적을 인정받아 최근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서울지회 창립 18주년 기념식에서 서울지방중소벤처기업청장 표창을 받았다.

◆가격 투명…치과 재료 만물상

[김정은 기자의 여풍당당 (22)] 치과재료 온라인 '만물상'…5년 만에 업계 선두
이덴트는 국내 1만7000여 곳의 치과에 5만5000여 개 치과 기자재를 공급한다. 다품종 소량 제품이다. 의사 가운용 명찰부터 진료차트, 레진, 임시 치아, 합금 등 없는 게 없는 ‘만물상’이다. 치과에서 필요한 것은 모두 취급한다. 그러다 보니 제품을 보관할 공간이 많이 필요해 서울 홍제동과 삼각지 등지에 물류창고를 두고 있다.

특이한 점은 동명의 온라인쇼핑몰로만 운영한다는 것이다. 이덴트 쇼핑몰은 제품으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이덴트가 본격적으로 사업을 꾸려가기 전엔 치과 관련 용품은 대부분 오프라인으로 거래했다. 그러다 보니 ‘부르는 게 값’일 만큼 중간 도소매상이 이득을 취했다. 신 대표는 전 제품 가격을 홈페이지에 투명하게 공개하며 정찰제를 택했다. 영업사원도 두지 않고 온라인몰에만 ‘올인’하며 자체 시스템을 구축했다. 제조업체와 치과 모두 ‘윈윈’하자는 취지에서였다.

당시 경쟁사 등 관련 업계의 견제는 심했다. “저러다 곧 망할 것”이라는 얘기가 돌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온라인 상거래에 익숙한 젊은 치과의사를 중심으로 이덴트 쇼핑몰이 자리를 잡았다. 유통 질서에 변화가 생겼다는 게 신 대표의 설명이다. 이제는 많은 업체가 이덴트처럼 가격 정찰제 온라인몰을 운영하고 있다.

◆자체 브랜드로 중소기업 판로 개척

투명한 가격 외에 이덴트만의 경쟁력은 또 있다. 온라인몰의 특성을 활용한 빠른 응대와 배송, 그리고 다양한 자체 브랜드다. 신 대표는 “위생사 출신 직원을 채용해 실시간으로 상담하며 대응하고 있다”며 “쇼핑몰에 모든 제품을 올려놓은 뒤 판단은 소비자인 치과에서 자유롭게 하도록 한 것이 먹혔다”고 말했다.

해외 브랜드 제품을 많이 쓰는 치과업계지만 기술력이 뛰어난 국내 중소 제조업체를 발굴해 이들의 판로 개척에도 기여한다. 사내 연구소를 운영하며 중소기업과 손잡고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통한 자체 브랜드도 늘리고 있다. 그는 “치과업계가 보수적이라 새 제품에 대한 거부감이 큰 편인데 우리가 좋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꾸준히 선보이며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좋다’는 소문이 나자 이런 분위기가 차츰 바뀌는 것 같다”며 “최근 한 중소기업에서 개발한 임시 치아에 ‘프리티’라는 이름을 붙여 선보였는데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신 대표는 모든 직원에게 법인카드를 나눠준 뒤 “치과 원장들에게 커피 한 잔도 얻어먹지 말라”고 당부한다. 투명한 시스템으로 회사가 큰 만큼 이 부분에 많은 가치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직원들에게 내일채움공제를 들어주는 등 회사 규모는 작지만 복지에도 신경을 쓴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