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조용히 올라타는 외국인
글로벌 시장에서 현대자동차의 고전이 계속되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은 조용히 주식을 사 모으고 있어 관심을 모은다. 내년으로 예정된 신차 출시와 지배구조 개편 기대가 외국인 매수세를 끌어들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차는 16일 유가증권시장에서 1500원(0.97%) 하락한 15만3000원에 마감했다. 주가는 지지부진하지만 외국인은 이달 들어 1599억원어치를 순매수하는 등 현대차 주식을 꾸준히 사들이고 있다. 현대차는 삼성전자 현대중공업에 이어 이달 외국인 순매수 상위 종목(유가증권시장 기준) 3위에 올랐다.

글로벌 자동차업체 주가가 일제히 상승세를 보인 게 투자 심리를 개선시켰다는 게 증권업계 시각이다. 미국 GM(25.6%)과 독일 폭스바겐(15.0%), 일본 도요타(11.4%) 등 세계 주요 자동차업체 주가는 지난달 이후 10% 이상 올랐다. 현대차도 같은 기간 8.8% 올랐지만 상승폭은 주요 업체들에 미치지 못했다. 장희종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피해 때문에 차량 교체 수요 증가 영향도 있었지만 미국의 자동차 수요가 여전히 탄탄하다는 점이 입증됐다”고 설명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영향으로 부진하던 중국 시장이 지난달 이후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호재로 작용했다. 현대차의 지난달 중국 공장 출고 판매는 8만5040대로, 전월보다 60.4% 늘었다. 브라질과 러시아, 유럽 시장 판매도 늘고 있다.

문제는 미국 시장이다. 현대차는 지난달 미국 시장에서 판매가 줄어들면서 8년 만에 가장 낮은 시장 점유율을 보였다. 김준성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기존 차종의 노후화가 가장 큰 원인”이라며 “싼타페를 비롯해 내년에 신차 7종이 출시되면 반등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배구조 개편 기대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대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면서 지주사 전환에 대한 기대가 커졌다”며 “외국인이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주식만 사들이고 기아차 주식은 외면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