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석유수요 꾸준히 늘어
사우디 감산 노력도 한 몫
'이란 제재'공 넘긴 트럼프
미국 의회, 두 달내 결정해야
쿠르드족 갈등도 상승 요인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
"이란, 제2 북한 되지 말아야"
지난 13일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 11월 인도분은 전날보다 배럴당 0.85달러(1.7%) 상승한 51.45달러로 마감됐다. 런던 ICE 선물거래소의 브렌트유는 0.92달러(1.64%) 오른 57.17달러를 기록했다. 두바이유 가격도 0.5달러(0.92%) 오른 55.04달러로 올 들어 최고치를 기록했다.
WTI값은 지난 6월 초 배럴당 42.05달러를 바닥으로 반등해 22.3% 상승했다. 이는 수요가 견조해서다. 미국 에너지정보국이 발표한 10월 첫째 주 미 원유 재고는 전주보다 270만 배럴 감소했다. 예상치(170만 배럴 감소)보다 더 줄어든 것이다. 미국의 원유 재고는 올 들어 32주 동안 26주 감소해 총 1억2000만 배럴 줄었다. 이는 휘발유 수요가 견고한 데다 원유 수출도 증가하고 있어서다. 중국에선 9월 원유 수입량이 하루 평균 900만 배럴로, 1~8월 평균인 하루 850만 배럴을 넘었다는 발표가 나왔다.
생산도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노력으로 안정화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산유국들은 작년 12월 원유 생산량을 하루 180만 배럴 줄이는 데 합의했다. 지난 5월엔 감산을 내년 3월까지 연장키로 했다. 사우디 등은 이를 내년 말까지 추가 연장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오는 11월30일 오스트리아 OPEC 총회에서 합의가 도출될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의 셰일오일 증산 우려는 국제 유가를 누르는 요인이었다. 하지만 셰일오일 생산량도 당초 예상보다 늘지 않고 있다. 시추공은 조금씩 증가하지만 지난해 유가가 폭락한 뒤 시추공 내 많은 장비가 분해됐고 직원들은 해고됐다.
◆이란 핵협정 불인증이 변수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3일 이란 핵협정을 “가장 일방적이고 최악인 거래”라며 ‘불인증(decertification)’을 선언했다. 다만 그는 즉각 폐기하지 않고 의회에 공을 넘겼다. 미 의회는 앞으로 60일 동안 검토해 대(對)이란 제재 재개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15일 NBC와의 인터뷰에서 이란의 탄도미사일 시험과 테러지원국에 무기를 판매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언급하며 “미국은 지금 이란이 제2의 북한이 되지 못하도록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협정은 2015년 미국, 영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과 독일 등 6개국이 이란과 체결했다.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대신 이란은 핵 개발을 중단키로 했으며 지난해 1월 발효됐다. 2016년 초 제재가 해제된 뒤 이란은 원유 생산량을 하루 380만 배럴로 대폭 늘렸다.
만약 제재를 재개하기로 하면 이란의 석유 수출길은 또 막힐 수 있다. 영국과 독일은 미국의 결정을 비판하며 15일 이란핵협정을 굳건히 준수하겠다고 밝혔다.
이라크와 쿠르드자치정부(KRG) 간 갈등도 상승 요인이다. 쿠르드족 독립을 막으려는 이라크 정부는 KRG의 ‘돈줄’인 키르쿠크 유전지대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하루 65만 배럴이 생산되는 이곳은 원래 KRG 자치지역이 아니었지만 이슬람국가(IS) 격퇴 과정에서 KRG 군조직에 접수됐다. 쿠르드족 독립을 반대하는 터키 정부는 원유 수출용 송유관 차단을 경고하고 있다.
지오바니 스타노보 UBS자산운용 상품 애널리스트는 “최근까지 시장 참가자들은 지정학적 위험을 과소평가했지만 이제는 이란, 이라크의 석유 수출이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김보형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