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보틀이 뭐길래… 인수한 네슬레가 '악마의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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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슬레 정도면 블루보틀 같은 작은 회사 쯤은 만들 수도 있었을 텐데 왜 굳이 인수를 했을까. 카미요 그레코 JP모건 글로벌 컨슈머 부문 대표는 “블루보틀을 가는 건 단순한 카페에 가는 게 아니라 예술가의 스튜디오를 가는 것과 같다”면서 “네슬레에는 모든 게 있지만 프리미엄, 그리고 마니아들을 유혹할 만한 틈새 브랜드가 없다”고 말했다.

브라이언 미한 블루보틀 최고경영자(CEO)는 어느날 갑자기 네슬레 CEO 마크 슈나이더의 전화 한통을 받았다. 슈나이더는 단숨에 스위스 제네바에서 뉴욕으로 넘어왔다. 미한은 “슈나이더와 브루클린 곳곳을 돌아봤고, 부쉬윅의 로스터리도 소개했다”고 말했다. 얼마 후 프리먼 회장과 미한 CEO는 네슬레 본사가 있는 제네바 호수로 초대 받았다. 미한은 “우리는 당시 블루보틀을 팔 생각이 없었고, 그저 초대에 응해 그곳에 갔을 뿐이다”면서 “슈나이더가 커피를 대하는 방식, 네슬레가 우리의 커피를 인지하는 방식 자체가 다른 기업과는 달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밥 로스(미국 화가)의 풍경화 같은 제네바 호수 앞에서 매각을 결정했다”며 “네슬레가 우리의 정체성을 온전히 지켜준다는 약속을 했고, 슈나이더의 노력에 매료당했다”고 말했다.

블루보틀이 네슬레에 인수되면서 가장 긴장하고 있는 건 스타벅스다. 지난 20년 간 전 세계 매장에서 ‘균일한 맛과 서비스’로 승부해온 스타벅스에게 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성장은 위협일 수밖에 없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현재 230억달러(약 26조3695억원)인 미국 스페셜티 커피 시장 규모는 5년 뒤 280억달러(약 32조1020억원)로 성장할 전망이다. 하워드 슐츠는 이를 대비하듯 지난해부터 ‘고급 커피 바’형태의 리저브바 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앞으로 수백 개의 리저브 매장을 내고, 미국과 중국 등에 플래그십 로스터리 매장을 낸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