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공략 발판' 원한 유니레버… 매출 4000억 AHC에 거액 베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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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아이크림 1위 브랜드, 중국 사드 보복에도 고성장
"중국 시장 불확실성 커…인수 가격 비싸다" 지적도
"중국 시장 불확실성 커…인수 가격 비싸다" 지적도

◆3조원짜리 한국 화장품
유니레버는 오랜 기간 중국에서 고전해 왔다. 1986년부터 중국에서 사업을 벌여왔지만 작년 하반기 매출이 20% 이상 꺾이는 등 새로운 출구가 필요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생활용품을 주력 제품으로 만드는 유니레버는 중국인이 선호하는 브랜드를 찾았고, 이 과정에서 카버코리아를 발견했다는 얘기다.
카버코리아의 AHC는 유니레버가 고전하던 지난해 광군제(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 때 마스크팩을 하루 동안 65만 장이나 판매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렸다. 유니레버의 중국 시장에서 확장하고자 하는 전략과 AHC가 갖고 있는 K뷰티의 지명도가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AHC는 시장조사기업 칸타월드패널이 조사한 결과 지난해 한국 아이크림 시장 1위 제품으로 뽑혔다. AHC의 ‘리얼 아이크림’ 시리즈는 TV홈쇼핑, 면세점, 화장품 전문점, 인터넷, 멀티브랜드숍 등에서 총 47.3%의 점유율로 아이크림 1위를 차지했다. ‘얼굴 전체에 바르는 아이크림’이라는 콘셉트를 내세워 여러 개를 묶어 판 것이 주효했다.
이번 인수로 유니레버코리아의 한국 사업에 활력이 생길 것이란 분석도 있다. 유니레버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526억원을 올렸다. 유니레버의 ‘도브’ 제품들과 ‘립톤’의 스틱제품 국내 사업권도 유한킴벌리에 넘기는 등 사업을 축소해왔다.
◆“너무 비싸다” 지적도

베인-골드만 컨소시엄은 이 회사의 기술력과 성장성을 높게 보고 지난해 이 대표 지분 60.39%를 4300억원에 사들였다. 지분 100%의 가치는 당시 카버코리아 시가총액 6300억원에 경영권 프리미엄 약 15%를 얹은 7000억원 초반대에 책정됐다. 이후 AHC는 ‘저가 브랜드’ 인식을 보완하기 위해 앰풀 등 고가의 기능성 제품 라인업을 늘리고 판매채널을 올리브영 등으로 확대했다.
화장품 업계에선 3조원이란 인수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도 나온다. 중국 시장의 불확실성이 크고 한국 화장품의 인기가 흔들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몸값’을 부풀리기 위해 홈쇼핑 방송을 많이 하고 그동안 앤 해서웨이 등 비싼 유명 배우를 모델로 기용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화장품업계 한 관계자는 “홈쇼핑용 상품은 이윤이 적게 남는 데다 브랜드 인지도 면에서 장기적으로 좋은 전략이라고만 볼 수는 없다”며 “중국에서의 인기도 언제 시들해질지 예측할 수 없는 부분이기 때문에 3조원이라는 액수는 과하게 책정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민지혜/정소람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