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과 시각] '가짜 뉴스'와의 전쟁, 더 미룰 수 없다
허리케인 ‘하비’와 ‘어마’로 인해 미국과 주변 국가들에 인명 및 재산 피해가 발생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멕시코에 강진이 발생해 200명 이상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현대인들은 이런 자연 재해에 대한 실시간 정보나 이미지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접하게 된다. 이틈을 타서 가짜뉴스와 헛소문이 판을 치기도 하는데, 백악관 SNS 국장이 허리케인 어마 가짜뉴스에 당했다는 외신이 전해지기도 했다.

이런 가짜뉴스는 누가 만들고 누가 보는 것일까. 이에 따른 사회적 영향은 무엇일까. 최근 헌트 알콧 미국 뉴욕대 교수와 매튜 겐츠코 스탠퍼드대 교수가 학술지를 통해 발표한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와 관련한 가짜뉴스 연구가 주목된다. 지난해 미국 대선 당시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이 공유된 기사가 “교황이 트럼프를 지지한다”라는 가짜뉴스였는데, 이들이 이런 가짜뉴스에 대한 경제학적 접근을 시도한 것이다.

가짜뉴스는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만들어지는데, 광고 수입으로 돈벌이가 목적인 10대들의 작품일 수도 있고, 정치적인 편향을 가진 이데올로기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다. 뉴스를 읽고 보는 독자들은 진실을 알고 싶은 동기에서 시작한다. 동시에 자신의 고정관념에 부합하는 뉴스를 보면 심리적 만족을 느낀다. 진실이 아니더라도 기존 생각과 일치하면 효용이 있다는 것이다.

가짜뉴스 제작자들은 SNS상에서 댓글이 달리고 소식이 삽시간에 퍼져나가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이 발생하는데, 가짜뉴스에 속은 피해자가 나올 것이고, 올바른 후보자를 선거에서 선출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기존 뉴스미디어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정확하고 편향되지 않은 뉴스에 대한 수요가 줄어들어 정론을 펴고자 하는 언론인들의 설 자리가 줄어들지도 모른다.

두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가짜뉴스는 가짜뉴스 사이트나 구글 같은 검색엔진으로 접하게 되는 것 못지않게 SNS를 통해 전달된다고 한다. 약 14%의 미국 성인들이 SNS를 2016년 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소식통으로 본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적으로 1인당 대략 한 편 정도의 가짜뉴스 기사를 보고 기억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또 일상에서 뉴스를 자주 찾아보거나 고학력이거나 연령이 높은 경우에 상대적으로 가짜뉴스를 잘 구별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두 교수는 정치적 편향과 가짜뉴스를 믿는 연관 관계에 대해서도 연구했는데, 공화당 지지자였으면 트럼프를 유리하게 하는 가짜뉴스를 믿을 확률이 높고, 민주당 지지자였으면 클린턴을 돕는 가짜뉴스를 진짜라고 생각하기 쉽다는 것이다. 같은 정치적 편향을 지닌 친구들의 비중이 큰 SNS를 사용할수록 그 정도가 심하다고 한다.

두 교수의 연구에서 한국에 대한 시사점을 찾을 수 있다. 우선, 주로 SNS를 통해 뉴스를 접하고 사회경험이 적은 국내 청소년층이 가짜뉴스에 노출되기 가장 쉬울 것으로 우려된다. 또 한국은 보수와 진보 간 갈등이 심해지고 있고 SNS 사용이 많아 정치 관련 가짜뉴스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가짜뉴스의 폐해는 각각 2020년과 2022년으로 예정된 다음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 때 더 크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

시간이 있을 때 문제점을 정확히 인지하고 대비책을 강구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이다. 우선 국내 뉴스 시장에서 가짜뉴스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누가 소비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시급하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가짜뉴스를 걸러내기 위한 작업을 강화하겠다고 했는데 네이버나 다음 등 한국 포털들도 전담조직을 확대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인터넷 가짜 뉴스가 급속히 퍼지기 전에 사실 대조나 검증이 이뤄져 가짜뉴스의 폐해를 줄여야 한다. 가짜뉴스에 민첩하게 대항할 수 있는 뉴스 미디어가 인터넷과 SNS에 자리잡도록 정부가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석배 <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경제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