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사립유치원들이 "우리 얘기도 들어달라"고 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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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교육 공공성·다양성·현실성 확보 요구
"120년 유아교육 역사… 정부 손 댄 지 5년"
몰아치기보다 충분히 협의해 정책 추진해야
"120년 유아교육 역사… 정부 손 댄 지 5년"
몰아치기보다 충분히 협의해 정책 추진해야
18일로 예고했던 집단휴업을 최종 철회한 사립유치원 원장들은 고개를 숙였다. 수차례 입장 번복으로 학부모들에 혼란을 줬다는 게 사죄 포인트였다. “아이들 볼모로 잇속만 챙기려 한다”는 비난에는 억울한 기색이 역력했다. “사립유치원들이 왜 휴업하려 했는지에 대해서도 관심을 기울여달라”고 했다.
손가락이 가리킨 달도 쳐다봐달라는 얘기였다. 이들이 가리킨 ‘달’은 무엇이었을까.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사립과 국·공립유치원 학부모의 비용 부담 차이를 줄여달라는 것. 둘째, 사립의 특성을 살려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 셋째, 사립유치원 형편에 맞게끔 법과 제도를 정비해달라는 것.
막무가내 요구는 아니다. 유치원 입학은 ‘국·공립 로또’다. 국·공립유치원 학비는 무상에 가깝다. 반면 사립 학비는 지난해 기준 월 평균 22만 원가량 된다. 때문에 학부모들은 무조건 국·공립부터 신청한다. 떨어지면 울며 겨자 먹기로 사립에 보내는 구조다. 지금처럼 추첨운 있는 소수의 학부모만 혜택을 받기보다 국·공립, 사립 가릴 것 없이 정부가 학부모를 지원하자는 얘기다.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원이 아닌 ‘학부모에 대한 지원’이라는 점이 골자다.
모든 유치원에 적용하는 획일화된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도 문제가 있다.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과 창의적 인재를 입이 닳도록 말하면서 묶어두는 건 맞지 않다”고 했다. 일각에선 정부 지원 안 받을 테니 교육과정을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사유재산 인정 여부는 일단 봉합된 정부와 사립유치원 간 갈등이 언제든 터져나올 수 있는 핵심 쟁점이다. 유치원은 교육기관 중 유일하게 개인 소유가 허락된다. 실제로 사립유치원의 84%가 사인(私人) 경영이다. 서로의 강조점이 다르다. 사립유치원 측은 사재를 털어 설립해 공공적 성격의 교육에 활용하는 만큼 일부라도 재산권을 보전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국가 지원을 받으니 철저한 감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실 정부가 사립유치원을 본격 관리하기 시작한 것은 누리과정 지원금을 주면서부터였다. 이제 5년 남짓 됐다.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120년 역사’를 힘줘 말하는 배경이다. 이들은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은 오랜 세월 소명의식을 갖고 유아교육을 해왔는데 ‘적폐’로 몰리니 피눈물이 난다”고 토로했다.
법 적용의 문제도 남아있다. 비영리 교육기관을 다루는 사립학교법에 토대를 둔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을 사립유치원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누리과정 지원 단가를 1인당 월 22만 원에서 작년까지 30만 원으로 인상키로 한 정부 약속 역시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물론 이런 주장들이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사립유치원의 투명성과 공공성 강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감사 적발이 “일부 사례”라는 축소·변명은 학부모 신뢰를 갉아먹는 첩경이다.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그동안 법령과 규정이 미비하다는 핑계로 편법이나 불법을 저지르진 않았는지 철저히 점검하고 자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아이들을 볼모로 한 휴업은 외면받았다. 여론을 등에 업은 ‘승자’는 정부였다. 하지만 이제는 교육부가 압박 일변도에서 벗어나 유치원들과 찬찬히 논의해야 할 때다. “유치원이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는 제반 여건과 환경부터 갖춘 뒤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고언(苦言)을 정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 고개 숙인 사립유치원 "우리 얘기 들어달라"고 한 이유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기사제보 및 보도자료 open@hankyung.com
손가락이 가리킨 달도 쳐다봐달라는 얘기였다. 이들이 가리킨 ‘달’은 무엇이었을까. 크게 세 가지다. 첫째, 사립과 국·공립유치원 학부모의 비용 부담 차이를 줄여달라는 것. 둘째, 사립의 특성을 살려 다양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 셋째, 사립유치원 형편에 맞게끔 법과 제도를 정비해달라는 것.
막무가내 요구는 아니다. 유치원 입학은 ‘국·공립 로또’다. 국·공립유치원 학비는 무상에 가깝다. 반면 사립 학비는 지난해 기준 월 평균 22만 원가량 된다. 때문에 학부모들은 무조건 국·공립부터 신청한다. 떨어지면 울며 겨자 먹기로 사립에 보내는 구조다. 지금처럼 추첨운 있는 소수의 학부모만 혜택을 받기보다 국·공립, 사립 가릴 것 없이 정부가 학부모를 지원하자는 얘기다. 사립유치원에 대한 지원이 아닌 ‘학부모에 대한 지원’이라는 점이 골자다.
모든 유치원에 적용하는 획일화된 누리과정(3~5세 무상보육)도 문제가 있다. 한 사립유치원 원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과 창의적 인재를 입이 닳도록 말하면서 묶어두는 건 맞지 않다”고 했다. 일각에선 정부 지원 안 받을 테니 교육과정을 자유롭게 운영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사유재산 인정 여부는 일단 봉합된 정부와 사립유치원 간 갈등이 언제든 터져나올 수 있는 핵심 쟁점이다. 유치원은 교육기관 중 유일하게 개인 소유가 허락된다. 실제로 사립유치원의 84%가 사인(私人) 경영이다. 서로의 강조점이 다르다. 사립유치원 측은 사재를 털어 설립해 공공적 성격의 교육에 활용하는 만큼 일부라도 재산권을 보전해달라고 했다. 그러나 정부는 국가 지원을 받으니 철저한 감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실 정부가 사립유치원을 본격 관리하기 시작한 것은 누리과정 지원금을 주면서부터였다. 이제 5년 남짓 됐다.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120년 역사’를 힘줘 말하는 배경이다. 이들은 “정부가 사실상 손을 놓은 오랜 세월 소명의식을 갖고 유아교육을 해왔는데 ‘적폐’로 몰리니 피눈물이 난다”고 토로했다.
법 적용의 문제도 남아있다. 비영리 교육기관을 다루는 사립학교법에 토대를 둔 ‘사학기관 재무·회계규칙’을 사립유치원에 그대로 적용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 누리과정 지원 단가를 1인당 월 22만 원에서 작년까지 30만 원으로 인상키로 한 정부 약속 역시 여전히 지켜지지 않고 있다.
물론 이런 주장들이 면죄부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사립유치원의 투명성과 공공성 강화 노력이 병행돼야 한다. 감사 적발이 “일부 사례”라는 축소·변명은 학부모 신뢰를 갉아먹는 첩경이다. 의도한 것이든 아니든, 그동안 법령과 규정이 미비하다는 핑계로 편법이나 불법을 저지르진 않았는지 철저히 점검하고 자정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아이들을 볼모로 한 휴업은 외면받았다. 여론을 등에 업은 ‘승자’는 정부였다. 하지만 이제는 교육부가 압박 일변도에서 벗어나 유치원들과 찬찬히 논의해야 할 때다. “유치원이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는 제반 여건과 환경부터 갖춘 뒤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는 고언(苦言)을 정부는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 고개 숙인 사립유치원 "우리 얘기 들어달라"고 한 이유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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