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삼성전자 등 정보기술(IT)주를 중심으로 집중 매수에 나서면서 코스피지수가 한 달여 만에 2400선을 돌파했다. 태양광과 전기차 관련주도 상승세에 동참했다. 태양광(solar light)·전기차(electric vehicle)·IT주를 포함한 기술주(tech)의 영어 첫 글자를 딴 이른바 S·E·T업종이 증시를 이끄는 모양새다. 증권업계에선 당분간 이들 업종을 중심으로 한 상승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피 끌어올린 '주식 선물세트'는 S·E·T
◆IT·전기차주 최고가 기록

18일 유가증권시장에서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시가총액 2위 SK하이닉스는 각각 4.13%, 3.24%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다. 외국인들은 3거래일째 삼성전자를 사들였다. 이날은 삼성전자 1634억원어치(외국인 순매수 1위)를 순매수했다.

국내 IT주의 실적 전망이 밝은 가운데 지난주 미국 반도체 기술주 중심의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가 4.7%가량 오르면서 투자심리가 개선된 게 호재로 작용했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달 증시가 조정을 받을 땐 3분기 IT주 실적 전망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기도 했지만, 지금은 IT주의 실적이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으로 개선될 것이란 견해가 우세하다”며 “삼성전자가 3분기 영업이익 14조원을 넘을 것으로 전망되는 등 IT주 중심의 실적장이 재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전기차 관련 사업이 주목받고 있는 LG전자(1.68%) 삼성SDI(2.80%) 등도 이날 장중에 최근 1년 새 최고가를 찍었다. LG전자는 자동차 전장사업(VC) 부문에 대한 실적 기대감이 커지면서 이달 들어서만 11.6% 올랐다. 이민희 흥국증권 연구원은 “LG전자가 올해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 전기차 부품을 대량 납품하면서 VC사업부 성장성이 부각됐다”고 말했다.

한화케미칼(1.74%) OCI(0.46%) 등 태양광주들도 장중 최근 1년 새 최고가를 기록했다. 태양광 패널의 기초소재인 폴리실리콘 가격이 오르면서 주가를 밀어올리고 있다. 폴리실리콘 가격이 상승세를 타는 건 세계 최대 태양광 시장인 중국에서 수요 증가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86.5GW 규모 태양광 설비를 자국 내에 추가 설치하겠다는 목표를 지난 7월 말 제시했다. 지난 6월 ㎏당 13달러 수준이던 폴리실리콘 가격은 지난달 말 이후 16달러를 넘어섰다.

◆“순환매 장세 연말까지 이어질 것”

전문가들은 IT주가 증시 상승세를 주도하는 가운데 철강 화학 기계업종이 돌아가면서 오르는 순환매 장세가 연말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업종 내에서도 미래 성장성이 높은 종목 위주로만 주가가 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증시 전체가 연말까지 강세를 이어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그동안 증시를 짓누르던 ‘북한 리스크(위험)’에 내성이 생긴데다 국내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이 튼튼하기 때문이다.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 3월까지만 하더라도 증권업계의 올해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순이익 전망치는 120조원에 머물렀다. 이 수치가 지난 7월 중순엔 137조원까지 대폭 올랐고, 지금도 136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상장사의 영업이익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0% 정도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상반기(20%)보다 증가폭이 더 커질 것”이라며 “분기별 실적은 사상 최고치 행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북한 미사일 발사가 증시에 미치는 영향력이 감소했다”며 “반복된 북한의 도발에 학습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다만 19~20일 열리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는 단기 변수로 꼽힌다. 서보익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FOMC 회의에서 자산 축소가 공식화되면, 글로벌 증시가 일시적으로 조정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동현/은정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