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무 국방부 장관 이어 여당 이종걸도 '전술핵 배치' 가세… 청와대 "정부 입장 아냐" 제동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대북 대응 전략 수단으로 전술핵 재배치가 또다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북한이 핵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고 하는 만큼 우리도 힘을 통한 ‘공포의 균형(balance of terror)’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전술핵 재배치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정치권에서도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청와대는 전술핵 재배치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선 긋기에 나섰지만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와 군사 전문가들은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에 반대하고 있어 한·미 양국 간 실제 논의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송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전술핵 재배치 문제에 대해 “깊이 검토해봐야 할 사안”이라며 “북한이 핵을 이 정도로 발전시킨 위중한 상황이기 때문에 여러 대안을 모두 검토해 합당한 대안을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송 장관은 지난달 30일 미국에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을 만나서도 전술핵 재배치에 대해 언급했다.

전술핵 재배치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와 국방부는 5일 즉각 진화에 나섰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이날 “국방부 장관 입장에서는 여야를 비롯 여러 가지 염려를 다 듣는 것”이라며 “(전술핵 재배치는) 정부 입장이 아니다”고 밝혔다. 송 장관의 발언은 청와대의 공식 입장과 다르다는 의미다. 또 문상균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의 비핵화 원칙에는 이견이 없다”며 “일관된 정부의 입장을 견지하고 있고 모든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겠다는 취지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송 장관 발언을 신호탄으로 더불어민주당에서도 전술핵 재배치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종걸 의원은 이날 “한국, 미국과 북한이 협상할 때 북한은 핵보유국이고 우리는 아니라면 균형이 맞지 않아 결국 대화도 못하게 된다”며 “협상을 위한 균형을 갖추는 수단 중 하나로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미 전술핵 재배치를 당론으로 채택한 자유한국당은 “정부가 전술핵 재배치를 즉각 추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홍준표 대표는 “미국의 핵우산 정책을 시험해 보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전술핵 배치를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전술핵 재배치에 대한 우호 여론이 형성되더라도 미국이 이를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다. 미 군사전문가들은 전술핵 재배치에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캐서린 딜 제임스마틴비확산센터(CNS) 연구원은 “재배치와 관련해 가장 우려되는 부분은 오판과 의도하지 않은 긴장 고조의 여지를 더욱 크게 한다는 것”이라며 “지금 같은 상황에서 더욱 신속한 대응 태세를 갖추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는) 부정적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군축 및 비확산담당 선임국장을 지낸 존 울프스탈은 “전술핵 재배치가 아니더라도 한국에 전략자산을 전개하는 것만으로 한반도 안위를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지난 4월 방한에 동행한 한 외교정책 보좌관도 당시 백악관 출입기자를 상대로 한 브리핑에서 “우리는 한반도에서 핵무기를 철수하는 데 엄청난 노력을 들였다”며 “현재로서는 (전술핵 재배치)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김채연/서정환 기자 why2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