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한국보다 절박한 일본의 북핵대응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쏘거나 핵실험을 했을 때 가장 바빠 보이는 인물은 누굴까.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꼽는 경우가 많을 듯싶다.

요즘 아베 총리의 시간표에는 오전 6시30분부터 밤 12시까지 수십 개의 북한 관련 대응 일정이 빼곡하게 차 있다. 북한 위협을 가장 심각하게 느끼는 나라도 일본이 1등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북한의 도발이 있는 날이면 전국 각지의 유치원·초등학교 등에서 대피훈련을 하고, 휴교하는 모습도 볼 수 있다. 고속철인 신칸센이 멈춰서기도 한다.

아베 총리는 북한이 일본 열도를 통과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난달 29일 미사일 발사(오전 5시58분) 뒤 30분도 안 된 오전 6시24분에 관저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데 만전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오전 7시8분에는 국가안보회의(NSC)를 열었다. 새벽부터 부스스한 얼굴로 TV에 등장하는 일본 총리를 접하는 것은 흔한 일이 됐다.

북한이 6차 핵실험을 강행한 지난 3일에도 일본 정부는 마치 일본이 공격을 받은 것처럼 분주했다. 아베 총리는 오전 8시59분과 밤 11시3분에 이례적으로 하루 두 번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북한 핵 문제를 주제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밤 11시28분에는 북한 제재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온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화로 설득했다.

같은 시기 한국에서 전해지는 소식들을 듣다 보면 북한 핵 문제를 마치 ‘남의 일’로 여기는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지난 7월 말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은 1주일간 휴가를 갔다. 아베 총리가 최근 1주일간 네 차례나 트럼프 대통령과 대북 문제를 논의할 때 당사국인 한국 대통령은 단 한 차례 통화했다. 일본에서 NSC 회의는 총리가 빠짐없이 참석하지만 한국에선 일본보다 빨리 열리지도 않을 뿐 아니라 실무급 위주로 회의가 진행되는 경우도 많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가 군사적 충돌로 번질 경우 가장 큰 고통을 입을 나라는 한국이다. 이 문제 해결을 한국이 가장 절실하게 여긴다고 자신할 수 있을까.

도쿄=김동욱 특파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