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춘호의 글로벌 프론티어] 알렉사와 코타나
아마존의 대화형 인공지능(AI) ‘알렉사’를 탑재한 스마트스피커 ‘에코’가 나온 건 2014년 말이었다. 에코는 불과 3년 만에 1000만 대 팔리면서 스마트스피커 생태계를 주도했다. 미국의 시장조사회사 이마켓에 따르면 스마트스피커 시장에서 에코의 점유율은 71%나 된다. 구글의 스마트스피커 ‘구글 홈’의 점유율 24%와 비교된다. 아마존이 식품 유통 체인 홀푸드를 인수한 뒤 이제 홀푸드에서도 에코, 아니 알렉사를 팔고 있다.

물론 알렉사의 기능도 계속 진화한다. 도미노 피자와 스타벅스 커피를 주문할 수 있으며 심부름업체 심리스도 부를 수 있다. 음악과 각종 지식 정보를 찾아주는 건 물론 간단한 질문에도 대답한다. 미국인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대화형 AI로 내놓은 건 ‘코타나’다. 코타나는 PC에서 주로 운용되고 있다. 윈도10을 통해 약 1억4500만 명이 코타나를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알렉사와 코타나가 상호 연동되는 시스템이 올 연말께 구축된다고 한다. 방식은 간단하다. 한쪽에서 다른 한쪽의 AI를 그냥 부르면 된다. 예를 들어 ‘에코’에서 “알렉사, 코타나 불러줘”라고 하면 코타나가 “예, 말씀하세요”라고 한다. 반대로 MS 코타나 사용자는 코타나를 통해 알렉사를 부를 수 있다.

인공지능 시장의 라이벌끼리 손을 잡는 이례적 상황이다. 시애틀에 본거지를 둔 기업들이 연계했다는 의미에서 ‘시애틀 동맹’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아마존은 유통에 저력이 있다. 오피스365의 기능을 보유한 MS는 스케줄 관리 등 사무관리 소프트웨어가 탁월하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두 AI의 장점을 서로 보완해 고객에게 편리한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한 제품에서 좌뇌와 우뇌가 작동하는 기이한 시스템이기도 하다. 물론 이들 AI끼리 서로 부르고 불린다. 대화형 스피커에서만 되는 건 아니다. 휴대폰이나 노트북에서도 가능하다. AI 생태계의 미래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품질이나 기능보다 초연결성이 모든 제품의 핵심 역량이 되는 시대라는 마이클 포터의 지적이 새삼스럽다. 오프라인 인수합병(M&A)의 강자 아마존이 온라인에서 M&A 대신 경쟁자와 연대를 맺는 것도 놀랍다. 아마존의 새로운 전략이다.

[오춘호의 글로벌 프론티어] 알렉사와 코타나
하지만 이들 동맹의 앞길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많다. 대세 플랫폼이 모바일이다. 아마존과 MS는 휴대폰이 없다. 애플이나 구글 안드로이드 기반 운영체제(OS)엔 알렉사가 앱으로 들어간다지만 대부분 소비자들은 아직 애플의 인공지능 ‘시리’ 등에 익숙하다.

일부에선 아마존과 MS가 결국 보완이 아닌 경쟁 체제로 바뀔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여하튼 AI시대가 성큼 다가서고 있다.

오춘호 선임기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