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부조리 고발한 '기자' 헤밍웨이
미국을 대표하는 문학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1899~1961)는 오랜 시간을 베테랑 기자로 보냈다. 고교 졸업 후 1919년 ‘캔자스시티 스타’의 기자로 일했다. 1921년에는 ‘터론토스타’ 특파원으로 유럽에 건너갔다. 1936년 시작된 스페인 내전 때는 ‘북미뉴스연합’ 통신원으로 활약하며 파시즘 비판에 앞장섰다. 그가 25년간 작성한 기사와 칼럼은 400여 편에 이른다. 《더 저널리스트: 어니스트 헤밍웨이》는 헤밍웨이가 기자로서 현장을 누비며 쓴 기사들을 모은 책이다.

헤밍웨이는 주로 사회 부조리를 고발하는 기사를 썼다. 무솔리니의 허풍스러운 면모를 꼬집은 글도 재미있다. 무솔리니가 기자회견을 앞두고 기자들 앞에서 인상을 찌푸리며 읽던 책이 ‘위아래가 뒤집힌 프랑스어-영어 사전’이었다는 내용이다. 스페인 내전 때 특파원으로 활약할 당시 그가 쓴 기사는 전쟁의 참혹함을 낱낱이 고발한다. 전쟁을 잠시 잊고 작은 강가에서 수영을 즐기는 마드리드 사람들과 방금 포탄이 떨어진 가정집 앞 길가에서 울고 있는 어린아이 모습을 대비하는 글에서는 전쟁의 고통과 서늘함이 느껴진다.

그의 글은 기사라기보다 한 편의 소설같이 생동감 넘친다. 간결하게 사실만 나열하는 대신 대화체를 섞어 기사 속 장면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책의 맨 마지막에 실린 글 ‘작가가 되고 싶다고 찾아온 청년에게’는 무척 인상 깊다. 작가 지망생과 헤밍웨이의 대화를 통해 그의 작가론을 드러냈다. “좋은 글이란 진실을 쓰는 거지. 작가가 인간의 삶에 대해 얼마나 많은 지식을 갖고 있고 얼마나 충실하게 삶을 살았는지에 비례해 이야기가 더 진실되게 느껴지거든.” (김영진 엮음·옮김, 한빛비즈, 256쪽, 1만6000원)

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