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림 자유한국당 정책위원회 의장은 23일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을 넘어 나랏돈을 퍼주는 퍼줄리즘”이라며 “막대한 재정 투입은 곧 세금 폭탄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10조원 이상 필요한 정책을 하루가 멀다 하고 내놓고 있다”며 이같이 비판했다. 정부의 북핵 대응과 관련해선 “힘이 뒷받침돼야 대화도 가능하다”며 “북한에 대화를 구걸하는 것 같아 참으로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앞으로 한국당의 정책은 서민 중심으로 갈 것”이라며 “복지도 소득 하위 계층에 집중하는 서민 위주 정책을 펼치겠다”고 강조했다. 또 “서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유류세와 담뱃세 인하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 100일을 어떻게 평가하나.

“외교·안보 정책이 매우 불안하다. 대화도 한미 동맹의 틀 내에서 압박과 제재를 통해 힘의 우위를 확보한 다음에 해야 한다. 한국당이 주한미군 전술핵 재배치를 당론으로 정한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북한에 대화를 구걸하고 있지 않나.”

◆전술핵 재배치가 최선의 방안인가.

“핵에는 핵으로 대칭을 이뤄야 한다. 그래야 대화도 할 수 있고 평화도 실현할 수 있다. 여론조사에서도 3분의 2가 전술핵 재배치에 찬성한다. 내년도 국방 예산은 전체 예산 증가율보다 높은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 그렇게 해서 대북 억지력을 키워야 된다.”

◆북핵을 바라보는 근본적인 시각, 전제가 다른 것 같은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통해 미국이 한국에 개입하지 못하게 한 뒤 적화통일을 하겠다는 것이 북한의 의도다. 북한은 한번도 핵을 포기한 적이 없다. 끊임없이 개발해 왔다. 엄연한 현실로 받아들여야 한다.”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은 어떤가.

“포퓰리즘도 아닌 퍼줄리즘이다.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에 5년간 30조6000억원을 쓰겠다고 한다. 치매 국가책임제에도 10조원이 넘게 든다. 원자력발전소 건설 중단에 따른 보상·매몰 비용도 10조원이 넘는다. 막대한 재원은 결국 국민 세금으로 메울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으면 국채를 발행해서 빚을 남기게 된다. 소득주도 성장도 한계가 있다.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 이래 200년간 경제학 교과서에 나오지 않은 이론이다. 소득주도로 성장하려면 소득이라는 장작을 계속 때야 하는데 세금만으로는 할 수 없다. 안보도 불안하고 경제는 세금 폭탄이 올 것이다. 전반적으로 불안하고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

◆정부·여당은 증세를 통해 재원을 조달하겠다는 방침인데.

“기업에 세금을 더 물리는 정책엔 분명히 반대한다. 삼성전자의 주인은 이건희 회장이 아니라 삼성전자 직원들이다. 법인세를 올리면 기업이 직원에게 월급 주고 채용하고 투자할 돈이 줄어든다. 소득세 인상에 대해선 논의해 볼 수 있다. 하지만 과세표준 5억원 초과 구간 세율을 지난해 이미 38%에서 40%로 올렸다. 인상 효과를 봐 가면서 추가로 인상해도 늦지 않다.”

◆여당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부자감세를 되돌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를 포함해 역대 정부는 계속 법인세율을 인하했다. 법인세율을 유일하게 내리지 않은 정부가 박근혜 정부다. 오히려 비과세·감면 혜택을 줄여서 연간 4조원 정도 세입을 늘렸다. 박근혜 정부가 벌어놓은 세입으로 문재인 정부가 복지정책을 펼치는 것이다. 서민 부담을 줄이려 한다면 유류세와 담뱃세를 내려야 한다.”

◆박근혜 정부가 인상했던 담뱃세를 다시 내리겠다고 하는 데 대해 비판적인 여론도 높다.

“담뱃세를 올리면 흡연율이 낮아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 비판을 받아들이겠다. 국민께 사과하고 담뱃세 인하를 추진하겠다. 유류세도 배기량 2000㏄ 이하 자동차에 대해 50% 인하하면 휘발유 가격으로 L당 400원가량 내려가는 효과가 있다. 서민이 감세 효과를 체감할 수 있다.”

◆복지 재원을 감당하려면 조세부담률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

“중장기적으로 중부담·중복지로 가야 한다는 점엔 동의한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시기상조다. 복지 정책을 얘기할 때 고복지 국가인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 예를 많이 든다. 아니면 독일 영국 수준의 중복지라도 실현하자고 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밥을 굶지 않고 먹고 살게 된지가 40년밖에 안 됐다. 200년 이상 시장경제를 운용하면서 자본을 축적한 유럽 국가들과 복지 수준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정부가 발표한 부동산 정책이 집값 안정에 효과가 있을까.

“집값을 잡아야 한다는 문제의식엔 동의한다. 다만 공급을 늘리지 않고 수요만 억누르면 풍선 효과가 일어난다. 수요가 규제를 피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가면서 연쇄적으로 집값을 올리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되풀이하게 된다. 택지 개발을 늘리고 자투리땅 활용에 필요한 인·허가를 쉽게 해 주고 재건축 용적률도 높여서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

◆부동산 대책으로 보유세 인상도 거론되고 있다.

“노무현 정부가 종합부동산세 도입 등 주택 보유세를 대폭 늘리려 한 것이 정권을 잃은 한 원인이 됐다. 보유세를 인상한다면 취득세 등 거래세 인하와 함께 이뤄져야 한다.”

◆한국당이 지향하는 정책 방향은 무엇인가.

“보수 정당으로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지켜야 한다. 자유민주주의는 민중민주주의와 반대되는 의미다. 시장경제를 지향하되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 또한 법치주의가 중요하다.”

◆당 혁신위원회에서 혁신선언문에 ‘서민중심 경제’라는 문구를 넣을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그 문구가 갖는 함의가 뭔지는 따져봐야겠지만 서민 중심으로 가는 것이 맞다. 복지정책도 서민 위주로, 소득 하위 계층에 집중 지원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기초연금이든 아동수당이든 전 계층에 지원하려고 하지만 우리는 더 어려운 사람들에게 많이 주고, 형편이 좀 되는 사람들에겐 양해를 구하고 국가가 지원하는 것은 좀 덜 하겠다는 것이다.”

◆당내에선 경제민주화에 부정적인 기류도 있지 않나.

“편법 상속을 위한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순환출자를 규제하는 데엔 한국당도 동의한다. 여당이 주장하는 것과 같은 지나친 규제에는 반대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추진했던 경제활성화법을 다시 추진할 계획이 있나.

“일자리를 만들려면 기업이 투자를 해야 하고,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선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 때 하려 했던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 규제프리존특별법, 노동개혁 4법 등이 그런 내용이다. 경제 살리기를 위해 필요한 만큼 국회에서 다시 논의해야 한다.”

◆내년도 정부 예산 심사 방향은.

“사회간접자본(SOC)과 연구·개발(R&D), 농업 관련 예산은 깎아선 안 된다. 내년 1월1일부터 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은 깎겠다. 예산은 7월1일 시행이 기본이다. 공무원 증원 관련 예산, 복지 예산, 노동 관련 예산 등은 세밀하게 살펴보고 속도를 조절하도록 할 생각이다.”

유승호/박종필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