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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 칼럼] 처칠과 마크 트웨인이 서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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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천자 칼럼] 처칠과 마크 트웨인이 서울에?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총리가 젊은 시절 한국에 왔다고?” 엊그제 신촌의 문학다방봄봄 공부방에 때 아닌 ‘역사 배틀’이 펼쳐졌다. 1904년 러일전쟁 때 신문기자였던 처칠이 서울 정동의 손탁호텔에 묵었다는데 맞느냐는 것이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이다. 당시 처칠의 나이는 30세. 육사 졸업 후 보어전쟁에 종군기자로 참전했던 그가 새로운 진로를 모색하며 국제 분쟁 현장을 뛰어다니던 때였다.

    그 일을 증언하는 장택상 전 국무총리의 회고가 남아 있다. 장 전 총리가 처칠을 처음 만난 것은 6·25 전쟁 중이던 1951년, 파리에서 열린 제6차 유엔총회에서였다. “그분이 ‘나는 1904년 러일전쟁 시 런던 데일리 텔레그래프 특파원으로 만주로 가는 길에 한국을 찾아 프랑스 여성이 경영하는 손탁호텔에 하룻밤 유숙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경향신문 1965년 1월19일자) 에든버러대 선후배인 두 사람은 이듬해 영국 왕 조지 6세의 장례식장에서도 그때 얘기를 다시 나눴다.

    구한말 서울은 세계 열강의 외교 각축장이자 국제 뉴스의 발원지였다. 외국인들이 주로 모인 장소는 서양식 2층 벽돌건물인 손탁호텔. 프랑스 출신 독일여성 마리 앙투아네트 손탁이 고종에게서 하사품으로 받은 한옥을 재건축한 건물이었다. 1층에는 커피숍과 식당, 일반객실, 2층에는 고급 영빈관이 있었다. 사무실이 없던 독립협회 사람들이 이곳에 모였고, 일본을 견제하는 친미파와 친러파 모임인 정동구락부도 여기서 만났다.

    을사조약에 앞서 한일병합을 모의하던 이토 히로부미는 두 번이나 투숙했고 시어도어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의 딸 앨리스도 다녀갔다. 문인 중에는 《강철군화》의 작가 잭 런던과 《톰 소여의 모험》을 쓴 마크 트웨인이 자주 거론된다. 잭 런던은 러일전쟁 중 평양전투 현황을 최초로 취재해 화제를 모았다.

    마크 트웨인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그는 샌프란시스코 데일리 모닝콜 기자로 일했지만 러일전쟁 때는 69세였다. 그 나이에 종군기자로 왔다니 믿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 그의 본명 새뮤얼 랭혼 클레멘스와 이름이 비슷한 다른 언론인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대서양을 29회나 건널 만큼 여행을 좋아했던 그가 1904년 6월 이탈리아에서 부인을 여의고 11월 뉴욕으로 돌아가는 5개월 사이에 이곳에 들렀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이들이 구한말 외교전과 국제분쟁의 숨가쁜 모습을 타전하던 손탁호텔은 1922년 철거됐다. 새로 지은 건물도 6·25 때 폭격으로 없어졌다. 지금은 이화여고 옆에 ‘손탁호텔 터’ 기념비만 남아 있다. 100여 년 전 그때 격동의 역사와 열강들의 움직임이 북핵과 미·일·중·러 사이의 요즘 한반도 정세와 묘하게 겹쳐 보인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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