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의 순매도가 2주째 이어지고 있다. 상반기 강세장을 이끌었던 외국인의 ‘변심’에 주식시장의 조정 우려도 커졌다. 외국인은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8개월 만에 순매도로 돌아선 데 이어 이달에도 나흘간 4648억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최근 2주간 순매도 규모가 2조3500억원을 웃돈다. 증권업계에서는 ‘차익실현을 위한 단기적인 매도’라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 하지만 유엔의 대북 제재 결의안이 채택되는 등 한반도 정세 불안이 고조된 데다 ‘정보기술(IT)주 거품 논란’ 여진도 남아 있어 이전처럼 강한 외국인 매수세는 기대하기 힘들어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외국인 2주간 2.4조 순매도… '팔자'언제까지?
◆외국인 매도, 아시아 전반으로 확산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지난 4일 8.60포인트(0.36%) 오른 2395.45에 마감했다. 전날 40.78포인트(1.68%) 급락한 지 하루 만에 반등했지만 2400선을 회복하지는 못했다. 외국인이 1634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며 발목을 잡은 탓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이탈 원인을 △원·달러 환율 하락 △IT주 거품 논란 △북한 핵·미사일 리스크(위험) △정부의 세법개정안 충격(기업 이익 및 배당 감소 우려) △쉼없는 상승에 대한 피로감 등 크게 다섯 가지로 보고 있다.

지난달부터 외국인이 순매도로 전환한 데는 환율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다이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일반적으로 원화가 강세일 때는 환차익을 기대하는 외국인의 매수세 유입을 기대할 수 있지만 과거 사례로 보면 원·달러 환율 1110원 미만에서 외국인이 매도로 돌아서는 일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환차익을 얻을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 보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의 구조상 원화가치가 오르면 기업 실적이 악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주요 IT기업들의 2분기 실적 발표 이후 3분기 실적 불확실성 우려가 나온 시점에 원화 강세는 악재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외국인은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 증시 전반에서 매도세를 보였다. 한국 대만 인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 등 아시아 7개국에서 올 상반기 290억달러(약 32조6000억원)어치를 순매수한 외국인은 지난달 8억1000만달러(약 9233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은 “유로 등 6개 주요 통화 대비 달러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2015년 이후 최저 수준인 93포인트에 근접한 게 원인”이라고 말했다.

◆“단기 차익실현 그칠 것”

코스피지수가 지난해 12월 이후 지난달까지 8개월 연속 큰 조정 없이 오르면서 상승 피로감이 높아진 탓이란 분석도 있다. 미국 뉴욕에서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강훈구 펀드매니저는 “아시아 주요국 중 한국 증시가 가장 많이 올랐기 때문에 단기 차익실현 물량이 늘었을 뿐”이라며 “북핵 리스크, 세법개정안 등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은 분위기”라고 전했다.

코스피지수는 올 들어 지난 3일까지 17.78% 올라 주요 20개국(G20) 대표지수 가운데 터키(37.13%), 아르헨티나(28.74%), 인도(21.07%) 다음으로 높았다. 미국 다우존스산업평균(11.45%), 독일 DAX30(5.87%), 중국 상하이(5.45%), 일본 닛케이225(4.38%)의 상승률을 웃돈다.

북한 리스크와 세법개정안 등도 외국인 매도세의 한 요인으로 꼽혔다. 송승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미사일 발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 발언 등을 외신이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불안감이 커졌다”고 했다. 차익실현 욕구가 높아진 시점에 북한 문제와 기업에 불리한 세법개정안 등이 터져나와 매도의 빌미를 줬다는 게 증권업계의 시각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매도세가 장기간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강재준 프랭클린템플턴 리서치본부장은 “주식시장에 열을 식히는 시간이 필요했을 뿐”이라며 “세계 경기와 기업실적 전망이 여전히 좋기 때문에 외국인 매도는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